베를리너 차이퉁 등 독일 지역 신문사들, 통폐합·감원… 빈 자리는 프리랜서 기자가 채워

[기자들의 삶 / 세계 언론인과의 대화] ② 독일
자율성 독립성 만족은 높지만
대형 언론사가 작은 매체들 합병해
정규직은 소수만 남기고 감원

독일에서 기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기자협회와 기자연맹 등이 있다. 기자협회는 약 3만5000명의 기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된 독일에서 가장 큰 기자 단체이며, 기자연맹은 서비스 부문 산별노조(ver.di)에 소속돼 기자 및 방송분야 종사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 단체다. 독일은 다른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산별노조 중심이어서 직업군별로 임금협상을 하는데, 거기에 기자협회와 기자연맹이 함께 참여한다.


임금협상에서 정한 바에 따르면 정규직 기자들의 근무시간은 주37.5~38.5시간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문기자들의 경우 최대 45시간 정도 일하며, 프리랜서 기자들은 50~60시간을 일한다는 것이 기자협회 측의 설명이다. 헨드릭 최르너 기자협회 대변인은 “일이 터지면 프리랜서 기자들은 바로 현장에 나가고, 정규직 기자들도 휴일과 상관없이 일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정규직의 경우 탄력 근무 식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 기자들의 평균 월급은 정규직의 경우 4000유로(세전) 수준이고, 프리랜서 기자들은 2000유로 정도다. 최르너 대변인은 “다른 직업군과 비교하자면 고등학교 교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기자들은 소득은 적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약 3년 전 기자협회가 프리랜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활동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프리랜서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원고료도 낮아지는 등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최르너 대변인은 “정규직 기자 한 명이 은퇴하거나 사직하면 새로운 기자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언론사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정규직 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기자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정규직 기자를 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한 기자들은 평균 2000유로보다 많이 벌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로 기자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더 적게 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일 기자연맹 베를린의 레나태 갠쉬 대표도 27년간 베를리너 차이퉁에서 일하다 인력 감원에 따라 얼마 전 퇴직했다. “베를린 지역 신문들이 대규모 통폐합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대형 언론사가 작은 언론사를 여럿 사서 한 지붕 아래 두고 정규직 기자는 소수만 남긴 채 감원하는 게 전체적인 추세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갠쉬 대표는 “언론시장의 집중화로 언론사가 줄어든다는 건 언론의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기자 수가 줄어들어 기자 1명당 기사 생산량이 많아져서 제대로 된 심층 취재가 힘들고 기사의 질도 낮아지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문사의 통폐합,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지역별로 하나의 신문만 존재하는 모습도 최근엔 쉽게 볼 수 있다. 최르너 대변인은 “신문의 수가 줄어들면서 신문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온라인 무대로 옮겨졌을 뿐이다. 독일은 네이버 같은 독점적 포털 기업이 아닌 언론사 포털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빌트 온라인과 슈피겔 온라인이 각각 부동의 1,2위를 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최르너 대변인은 “언론사 포털 별로 클릭 수를 늘리고 광고를 많이 따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광고 수익이 주이지만, 기사 유료화 수익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고, 좋은 기사를 쓰는 신문과 잡지들이 건재하다. 하지만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언론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커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구 동독지역에선 극우 단체인 페기다(Pegida)의 난민 반대 시위가 자주 발생하는데, 거기서 종종 등장하는 구호가 ‘뤼겐프레쎄’, 즉 ‘거짓말쟁이 언론’이다.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 언론이 독일 시민들의 걱정과 안위를 대변하지 않고 도덕적·인도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대한 불만과 불신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다. ‘기레기’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내뱉는 표현은 아니고, 일부 극우 세력들이 시위에서 외치는 구호에 불과하지만 기자연맹은 이를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이슈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반난민, 반이민 정서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음에 불구하고 독일 기자 사회는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긴다. 최르너 대변인은 “기자협회에선 저널리즘 안에서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성 기자와 외국인 기자들이 독일 저널리즘 환경 안에서 훨씬 많아지도록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독일=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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