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 법정관리 신청... 기자들 "회장 물러나라"

법원 곧 실사, 회생가능성 검토
경영진 교체·분쟁 자주 겪어
사옥 팔아 빚 갚았지만 역부족
10년 누적 체불임금 23억원

경기지역 일간지 경기신문이 지난 2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박세호 경기신문 대표이사 회장은 이날 전체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지급금 및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증자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외부의 악성 소문과 투자자의 이해관계 등으로 증자에 실패해 2018년 8월22일자로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앞서 사원들에게 두 차례 정도 이메일을 보내 ‘8월20일까지 증자를 통해 체불임금을 해결할 예정이며, 증자가 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경기신문의 대주주이며, 그의 가족과 이상원 전 대표이사 등이 주요 주주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경기신문은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은 오는 31일 실사를 통해 회생 가능성 등을 검토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재산 보전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고 가압류가 해제돼 급여 지급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리란 게 사측의 구상이다.


지난 2002년 창간한 경기신문은 한때 경영난을 겪기도 했으나 2006년 박세호 현 회장이 인수한 뒤 경기지역 신문으로는 최다인 28면을 발행하는 등 확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잦은 경영진 교체와 전·현직 경영진 간의 분쟁 속에 재무 구조는 더 취약해졌고 빚도 늘었다. 2014년에는 빚을 갚기 위해 수원시 연무동 사옥을 매각하고 현재 송죽동 경기도 행정동우회관 2개 층에 세를 들어 입주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도 10여 년간 이어졌다. 누적된 체불 임금 규모는 전체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편집국의 과반을 차지하는 지역 주재 기자들은 더 열악한 처우를 감당해야 했다. 한 지역 주재 기자는 “월급을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받을 때도 있었다. 이런 상태가 한 10여년 지속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기신문 내부에선 경영 악화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물러나고 제3의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회장도 사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대주주의 권한 포기’를 언급했으나 눈속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경기신문지부는 지난 27일 긴급회의를 열고 전·현직 대표이사를 사기 및 배임죄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최순철 지부장은 “구성원들이 사기가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와신상담하며 회사가 정상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주주가 먼저 지분을 포기하고 제3의 인수자에게 권한을 넘겨야 한다. 현 대주주 체제로는 법정관리를 졸업한다 해도 같은 악조건이 되풀이 될 게 뻔하다”며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경기신문의 정상화를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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