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벌어진 희한한 채용비리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채용 비리를 추적해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이 낯 뜨거울 정도의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말문이 막힌다. MBC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이후 시용 및 경력기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MBC는 2012년 파업 기간 계약·시용 경력기자 26명을 뽑으면서 희한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 기자 경험이 전무한 지원자가 합격하는가 하면 지원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면접에 끼워 넣거나 허위로 경력을 부풀려 채용했다. 주먹구구식 채용은 전문기자 선발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 관련 취재 경험이 없는 지원자를 보건복지전문기자로 뽑고, 채식주의자라는 이유 등으로 환경전문기자로 뽑았다. 케이블 경제방송에서 경제 관련 앵커로 일했던 경력자는 북한전문기자가 됐다. 2014년 3차례에 걸쳐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경력기자 12명을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8명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당 실세 정치인들의 추천서를 받아 합격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채용을 진행하면서 한편으로 파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해고(6명), 정직(33명), 대기발령(120명)이라는 중징계를 자행했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과정에서 봤음직한 전형적인 유형도 빠지지 않았다. 당시 특임국장은 대놓고 채용에 개입했다. 그는 자신의 대학 후배에게 지원을 권하고, 그의 서류전형 평가서에 특정 표기를 한 뒤 스스로 면접관으로 들어가 최고점을 줘 합격시켰다.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했다던 헤드헌팅 업체의 부사장은 당시 권재홍 MBC 부사장과 동서관계였다. 권 전 부사장은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사전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경쟁 업체는 탈락했다. 권 전 부사장의 동서 업체는 채용이 끝난 뒤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갔다고 한다.


사상 및 성향 검증도 있었다. 이런 식이다. “뽑아주면 노조할 거냐” “MBC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노조가 왜 파업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등 다수의 면접관이 파업 관련 질문을 쏟아 냈다. 기자를 채용하면서 이런 수준 이하의 질문을 했다니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착각할 지경이다. 반면 노조에 대한 시각이 사측과 유사한 경우에는 ‘사상적으로 명쾌하다’ 등의 판단이 덧붙여지면서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PD와 아나운서 등 다른 직군의 채용 과정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MBC의 시용 및 경력기자 채용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MBC 경영진은 2012년 파업 이후 어떤 불법 채용이 있었는지 낱낱이 조사하고 그 결과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황당하고 수준 낮은 채용 과정을 보는 우리도 어이가 없는데 MBC 내부 구성원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어떠할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은 언론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 가치다. 그런 가치를 짓밟아 버린 과거 MBC 경영진에게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 MBC본부는 당시 책임자들을 형사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채용 무효까지 감안한 엄중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언론계 채용 비리를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대표이사 자녀라는 이유로 면접 전형을 거치지 않고 최종 합격시켰다거나 인턴 채용에 정치인 연출이 동원된다는 얘기들이다. 어느 곳보다 더욱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언론사에서 채용 관련 비리가 발 붙여선 안 된다. 채용 비리는 범죄 행위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