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젊고 다양해졌다.’
지난 17일 제29기 시청자위원 명단을 발표하며 KBS가 붙인 말이다. 실제 이번 시청자위원은 ‘무지개 위원회’라는 표어에 걸맞게 성별·세대별·전문분야별 다양성이 강화됐다. 평균 연령은 직전 해보다 5살이 젊어졌고 여성과 남성의 성비도 7:8이 됐다.
그 중에서도 27살의 최연소 위원과 시각장애를 가진 위원은 유독 눈에 띈다. 현재 연세대에 재학하며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 청년과미래에서 인터넷언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서정씨는 역대 시청자위원 중 세 번째 20대 위원이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변호사이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로 일하고 있는 김예원씨는 지난해에도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며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목소리를 활발히 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7일 서울 사당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올해 9월부터 1년간 시청자위원으로 일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청년, 장애인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서정씨는 “유일한 20대 위원이자 기자 지망생으로서 아직 공부할 게 많다”면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리해 전달하고 그들의 삶을 미디어에서 재조명할 수 있게끔 편견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예원씨도 “사후 모니터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지난해 활동하며 패럴림픽 편성 비율 등을 미약하게나마 늘리는 성과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소수자를 묘사할 때 어떤 지점을 조심해야 할지 계속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관점에선 KBS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매체에 차별과 편견의 시선이 가득하다.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미디어가 장애인을 어떻게 표현하고 묘사하는지 연구 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장애인을 불쌍하고 무능한 존재, 짐이 되는 존재로 보고 있었다”며 “장애가 큰 이슈가 아닌데도 그 사람의 장애를 부각시키거나 ‘장애우’ ‘정신지체’ 등 정확하지 못한 표현을 쓴 기사들이 종종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장애를 앓는’ 등 장애를 질병으로 묘사한 표현이나 극복 프레임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도 저를 지칭할 때 ‘시각장애를 극복한 변호사’라고 쓰면 열 받는다”며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극복 프레임은 장애를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환해 사회 인프라 구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 위원 역시 “청년들을 대기업, 높은 연봉만 좇는 이들로 묘사하거나 취업 관련해서 개인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질책성 기사가 종종 보인다”며 “대부분의 매체가 기성세대 위주다 보니 20대, 청년 관련 기사는 취업 결혼 등에만 국한되는 경향도 있다. 문화생활 등 청년 세대에 적합한 다양한 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때문에 시청자위원회 등 독자, 시청자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매체마다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미국 CNN을 보니 의견을 던질 수 있는 통로는 있는데 답은 안 해주더라. 그런 면에서 시청자위원회 같은 기구는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면서도 “지난번 회의 때부터 시행하고 있는 페이스북 생중계 같이 좀 더 소통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기구들이 운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도 “청년 몫으로 위원이 됐지만 내가 청년을 대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며 “공적 채널 외에 다양한 의견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