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브라질 대선… 최후의 승자는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 2018.09.19 13:28:45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에서 역대 가장 예측 불가능한 대선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일단 후보 수가 1989년 대선 때의 22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3명에 달하면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


부패혐의로 지난 4월 초에 수감된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은 5개월 넘게 대선 정국의 최대 관심사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견고한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유엔 인권위원회의 측면 지원까지 받으며 집요하게 대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결국 좌파 노동자당의 차세대 주자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주며 꿈을 접었다.


소셜네크워크(SNS)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인지도를 높인 극우 후보의 부상은 올해 대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군 장교 출신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후보의 대선 행보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피습을 당하면서 유세 현장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유세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여론의 움직임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 이후 쏟아진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력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2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룰라 전 대통령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노동자당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와 민주노동당 시루 고미스 후보가 13%로 공동 2위였다. 중도 성향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는 9%에 그쳤고, ‘아마존의 여전사’ ‘환경 지킴이’라는 별칭으로 익숙한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8%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가 성사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5파전을 형성한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박빙의 대결이 전망된다.


지금까지의 판세를 보면 극우 후보의 우세 속에 좌파 성향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자당 후보가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올해 대선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자당이 대선후보를 교체한 이후 룰라 전 대통령은 서한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아다지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촉구했다. TV·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원 유세를 하겠다며 옥중 선거운동원을 자처하고 있다. 노동자당은 후보 교체로 아다지 후보의 지지율이 배 이상 오른 점을 들어 룰라 지지층이 아다지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브라질 정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1994년 대선 이래 계속돼온 사실상의 양당 구도가 깨질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은 다당제 국가지만(현재 정당 수 35개), 1994년 대선부터 브라질사회민주당과 노동자당의 대결 구도가 유지돼 왔다.


1994년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사회민주당 소속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재무장관은 하이퍼 인플레를 잡으면서 단숨에 대선주자로 떠올랐고, 대선 1차 투표에서 54.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카르도주는 1998년 대선에서도 1차 투표에서 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해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2002년 대선부터는 노동자당의 헤게모니가 시작됐다. 노동운동가 출신의 룰라 후보는 2002년 대선과 2006년 대선에서 브라질사회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는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역시 브라질사회민주당 후보에 승리를 거두며 브라질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됐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지난 20년 넘게 흔들리지 않던 대선 구도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승자가 누구일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올해 브라질 대선은 10월7일 1차 투표와 10월28일 결선투표로 진행된다. 대선과 함께 주지사와 연방 상-하원 의원, 주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도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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