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며칠 앞둔 통화에서 전대식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부끄럽지 않으려 싸우고 있다”고 했다. 사장 배우자 출마 문제로 촉발된 부산일보 구성원의 사장 퇴진 요구는 불법선거운동 의혹, 편집권·공정보도 훼손, 성과급 비정상적 수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가 1일 쟁의행위 가결로 나타났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결렬이 계기가 됐지만 실상은 지난 5월2일 사장 배우자가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이후 150여일 계속된 사장 퇴진 요구의 연장선이다. ‘투표율 89%, 찬성률 82%’는 안병길 사장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자신의 배우자 출마로 공정보도 훼손 우려가 나오자 안 사장은 선거중립을 공언했다. 하지만 그는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 6월 초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 등 지인들에게 “제 아내가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지인 친지들에게 적극 추천 홍보하여 주시면 고맙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안병길 올림’으로 보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선관위가 안 사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지만 ‘부산일보 사장’ 직함을 사용한 문자메시지를 또 보냈다고 노조는 밝혔다. 특히 부산일보 주최 수익행사를 통해 확보한 명단을 활용해 수백 건 이상의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찰이 안 사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만큼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지면 제작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등 편집권 침해도 노골적으로 자행했다. 지난해 4월 부산일보 주최 해양문학상 시상식 기사에 실린 사진에 자신이 빠지자 편집국장에게 욕을 하면서 “이렇게 할거면 윤전기 세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장 관련 동정기사와 사진이 지면에 자주 등장한다는 내부 지적이 컸던 때였는데도 안하무인으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주주총회 결의도 없이 3월에 1500만원의 성과급을 챙기고, 앞서 지난 2월에는 사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200만원도 받아갔다.
이쯤되면 안 사장 스스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거취를 결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회사나 사장의 개인문제를 트집 삼아 툭하면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며 비난하고 근로조건 향상과 사장퇴진 투쟁은 연관이 없다며 강변하고 있다. 외려 지역시민사회와 언론노조를 외부세력으로 낙인찍고, 노조가 사옥 앞에 설치한 천막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각각 25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MBC와 KBS 파업에서 법원은 공정보도가 주요 근로조건임을 판결로 인정했다. 기자로 출발해 편집국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른 인물에게 이런 상식을 알려줘야 하나.
부산일보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진 정수장학회의 책임도 크다. 사장의 불법선거운동 의혹과 편집권 훼손 등으로 72년간 쌓아온 부산일보 신뢰의 근간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대외 이미지는 실추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수장학회는 안 사장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안 사장을 보호하는 듯한 대주주의 이상한 침묵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부산일보 막내기자 10명은 지난 5월 사내게시판에 올린 ‘안병길 선배께 전하는 글’에서 “선배들이 지켜온 자긍심과 기자정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존경하는 선배의 책임있는 결단을 기다린다”고 했다. 우리는 막내기자들의 호소를 이어 받아 말한다. “부산일보를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