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14억 쓴 국회의원 연구단체, 보고서는 표절'

[제336회 이달의 기자상] KBS 임재성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임재성 기자. 끝없는 추락이었다. 반 년 만에 파업을 끝내고 나간 취재 현장. 하지만 추락은 끝나지 않았다. KBS를 향한 불신이 그랬고, 날 선 질타가 그랬다. 조롱은 외면으로, 외면은 다시 무관심이 됐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다시 펜을 쥔 지금이 더 사무치게 아픈 이유다.


자리를 옮긴 탐사보도부에서의 첫 취재는 그래서 더 무겁고, 어려웠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와 관련된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국회 회의실 전체를 꽉 채운 수만 쪽의 자료를 복사하고, 받아오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취재와 보도의 대상을 솎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취재기자를 비롯해 6명이 달라붙어 자료와 씨름했다. 대상이 국회의원이었던 만큼 고민과 논의도 깊고 치열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중에서도 ‘우수단체’를 대상으로 삼고,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 중에서도 ‘정책연구보고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건 그런 토론 끝에 내려진 ‘엄정한 비판’의 기준이었다.


단순한 비교와 대조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 프로그램의 힘만 빌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취재팀 내부에서 이중 삼중의 교차 확인이 진행됐다. 전문 업체를 통한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분석을 통해 하나 하나 나오기 시작한 결과물은 현장과 취재원을 통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작은 의혹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정확한 팩트 체크’와 ‘성역 없는 비판.’ 이번 취재 내 함께했던 팀원들이 쉼 없이 새긴 말이다. 대단한 특종을 보도하겠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과거, KBS 탐사가 누렸던 명성을 되찾겠다는 거대한 포부도 아니다. 지금, 나를 비롯해 KBS 기자들에게 가장 고픈 것. 시청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상한 <국회의원 연구단체 표절 보고서>는 미완이다. 취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래서 이번 상은 잘했다는 ‘칭찬’이 아니라, KBS가 또, KBS 탐사가 더 잘하라는 ‘응원’과 ‘기대’의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 작은 날갯짓에 불과할지 모른다. 여전히 부족한 몸짓이다. 하지만, KBS탐사보도부의 약속은 지금부터다.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국민의 품을 향한 비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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