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신뢰도 하락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갖고 있어"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

강아영 기자 | 2018.10.04 20:08:42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가 열렸다.

꼴찌.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서 한국이 받은 뉴스 신뢰도 성적표다. 한국은 뉴스 신뢰도 25%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최하위인 37위를 기록했다. 이전 해의 꼴찌 기록을 잇는데다, 전체 응답자의 뉴스 신뢰도 평균 44%와 거리가 있는 수치였다.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열렸다. 토론자들은 언론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위에 왜 신뢰도가 하락했는지, 어떻게 하면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했다.

 

토론자들은 먼저 신뢰도가 하락한 이유를 내부요인에서 찾았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언론의 신뢰도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대표적 예가 세월호 참사나 세계일보의 십상시 보도에 다른 언론이 보여준 태도”라며 “권력 앞에 언론이 무릎을 꿇은 것을 국민들이 정확히 간파한 것 같고 그것이 촛불 시민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등 가장 중요한 기본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민 패널 자격으로 참여한 백선민 고려대 졸업생도 “언론이 저널리즘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라며 “과거를 돌이켜보면 정연주 KBS 사장 해임이 신호탄이었다. 정치권력 자본권력과 유착했고, 단지 권력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주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소통에 미흡했으며 오히려 공격적 태도를 보인 것이 신뢰도 하락의 이유”라고 지목했다.

 

정영무 언론재단 저널리즘위원회 위원도 “깊이 있는 전망보다 단순 리포트 위주로 신문이 구성돼 상당수의 콘텐츠가 시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것 같다”며 “일선 기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관행, 문화, 취재시스템, 조직, 물적인 토대의 영세성 등 제약 요인이 많다. 처방의 문제로 들어가 5년차든 데스크든 저널리즘, 디지털과 관련한 구체적인 교육을 받거나 저널리즘과 관련한 연중 캠페인을 통해 좋은 저널리즘, 나쁜 저널리즘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외부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토론자들은 외부에서 신뢰도 하락 요인을 찾았다. 이관후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학자 입장에서 민주주의 정치가 잘 되는 조건은 참여와 경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면 정치가 잘 된다고 말한다”며 “예를 들어 정치인의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선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 신뢰도 낮은 정당이나 정치인을 퇴출시키고 양질의 정치인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있다. 그런데 언론은 선순환 시스템이 전혀 없어 권력에 아부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해도 퇴출되지 않아, 결국 신뢰도가 하락하더라도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관후 연구위원은 “때문에 참여와 경쟁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축할 것인지가 신뢰도에 중요하다”며 “진흥, 지원만 한다고 언론 신뢰도가 올라가나. 후원 모델이 있다면 규제 모델도 있어야 하고 상당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명구 서울대 언론정부학과 교수는 신뢰도 하락을 후기 근대 저널리즘의 맥락에서 찾았다. 강명구 교수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의 시대에서 진실은 단일하지 않고 다양해졌으며, 이데올로기와 팩트가 동시에 판단의 근거로 작동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혼동이 생겼다”며 “게다가 비제도적 미디어가 급격히 부상하면서 기존 제도적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강명구 교수는 “언론이 제도적 정치영역에 기생해 물적 토대를 형성했는데 과잉정치화를 줄이고 비제도적 정치영역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그걸 지금 개인 미디어의 영역에 내주고 있지 않나. 방송이든 신문이든 1년 예산의 30%를 떼서 기자들에게 주고 1인 미디어 기업으로 키우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언론 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 토론회가 열렸다.

한편에선 신뢰도 자체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권오용 효성그룹 홍보총괄 상임고문은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문화 개방을 했을 때 일본 문화가 한국 문화를 망칠 것이라고 난리가 난 적이 있는데 오히려 20년 후 한류가 일본으로 스며들었다. 우리 스스로 약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를 비하했고 그러면서 제도적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언론 신뢰도 역시 마찬가지다. 기대수준이 높아 그걸 맞추는 것이 어려울 뿐, 절대적 지표 자체로 언론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발제자인 김위근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도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신뢰 사회’라는 우리 사회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 신뢰 또는 신뢰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언론매체의 신뢰인지, 언론인의 신뢰인지, 뉴스의 신뢰인지, 이들의 종합인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언론 신뢰도 측정 역시 △법·정책·제도 △테크놀로지 △소유구조 등 조직 특성 △저널리즘 관행 △이용자 등 다양한 요소를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사회학자 관점에서 신뢰를 게임으로 보면, 쌓기는 어렵고 잃는 건 한순간인 굉장히 불리한 게임이다. 시간에 따라 얻는 양보다 잃는 양이 훨씬 많은 게임을 지난 수십 년간 해오고 있고, 구조적으로 신뢰는 낮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세상이 양극화돼 어떻게 보면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사회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 게 언론의 바람직한 방향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신뢰 자체를 기준으로 놓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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