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단순한 속담만은 아니다. 많은 연구들이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대적 박탈감 이론(relative deprivation theory)’. 사람들이 돈, 명예, 권력 등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타인과 비교해 만족과 불만족을 느끼면서 비행, 일탈, 집단 갈등 등 각종 사회적 병리 현상을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개선된 상황에서 이전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단행동에 주목했다. 이 결과 절대적 박탈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보다 강한 체계적 좌절(systemic frustration) 혹은 사회적 불만(social discontent)을 야기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배고픔보다 배아픔’이 더 문제라는 얘기다. 상대적 박탈감이 큰 사람은 자신이 처한 박탈의 조건을 부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런 조건에 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사회운동이나 집단행동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 지역에 집중된 부동산 가격 급등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허탈감을 주고 있다. 평생을 일해도 벌기 힘든 돈을 누군가는 앉아서 순식간에 벌었다는 사실은 사회 전체의 근로의욕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불어 닥친 경기 침체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성장률을 비롯해 고용 소비 투자 등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불황은 그 자체가 ‘경제·사회적 재해’로 갖가지 사회 병리 현상을 몰고 온다. 1984년 미국 국회 경제 분과에선 오일쇼크 시절인 1973~1974년 급격한 실업률 증가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이 기간 실업률 증가로 인해 자살률이 1%, 정신병원 입원율은 6%, 전체 범죄 역시 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하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커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팀은 안일하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에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인 반시장적 정책 기조를 고수했다. 무능이 문제인지, 아집이 문제인지 헷갈릴 정도다.
실질적인 경제사령탑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경제는 활력을 찾을 것”이라며 “정책 효과를 기다려 달라”는 말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의 귀엔 ‘감 떨어지기를 기다려 달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경제 정책은 이념이 아니다. 신념처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정책은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연성을 발휘해 수정해야 한다. ‘언젠가 효과가 나오겠지’ 하며 밀고나갈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국민들은 감이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