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것과 당연하다 여긴 것을 체험 취재하는 '행동하는 또라이'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기온 33도가 넘는 폭염에 35kg짜리 방화복과 장비까지 갖추고 일일 소방관 체험에 나선 남형도 기자.

‘체헐리즘’이란 말이 있다. 처음 듣는다면, 당연하다. 만들어진 지 고작 4개월 된 말이니까. 이 묘한 어감의 단어의 창시자는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다. 체험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말로, 직접 체험하고 쓴 기사를 ‘남기자의 체헐리즘’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에 연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무게 35kg에 달하는 방화복과 장비를 갖추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일일 소방관 체험부터 대낮에 꽃무늬 양산을 쓴 채 광화문광장을 활보하거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출퇴근하는 ‘민망한’ 체험까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서 고생’을 한다. 소방관이 힘들고 브래지어가 불편한 걸 굳이 체험해봐야만 알까. “듣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다르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올해 8년차 기자인 그는 수습 시절,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장애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몰랐던 게 많이 보이고, 실제 해보니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한계는 있겠지만 알게 되는 것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꽃무늬 양산을 쓴 남자? 햇볕이 아무리 뜨거워도 주위의 시선 때문에 양산을 쓸 수 없는 남자들을 대신해 남형도 기자가 직접 꽃무늬 양산을 쓰고 광화문광장을 활보하며 ‘낯선 시선’을 체험했다.

흥미 위주의 체험은 아니다. 그는 “시선에서 소외된 것,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둘러보고”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이를테면 ‘자영업 폐업률’ 같은 통계가 드러내지 못하는 “날 것 그대로의” 자영업 현실을 알기 위해 정육점에서 일도 해보고, 청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짐작이라도 해보고자 귀덮개에 귀마개까지 하고 3일간 세상의 모든 소리를 끈 채 생활하기도 했다. 장애를 체험한다는 시도 자체가 조심스러웠지만, 며칠 경험해보고서야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소통의 문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발로 쓴’ 기사를 다행히 독자들은 알아봐줬다. ‘체헐리즘’ 연재를 시작한 뒤, 그의 네이버 기자 페이지 구독자 수는 2000명 이상 늘었다. 기사 한 편에 구독자가 700~800명 씩 늘기도 한다. 그의 기사 댓글란은 비판 일색인 여느 기사들과 달리 훈훈한 분위기다. 다이어트 실패담을 기록한 첫 연재 때만 해도 악플이 주를 이뤘던 기사에는 이제 응원 메시지들이 줄줄이 달린다. 남 기자 역시 자신의 기사에 매번 댓글을 남기고, 댓글을 통해 체험을 원하는 소재나 제보를 받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한 독자는 ‘행동하는 또라이’라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댓글을 남겼다. 남 기자는 웃는다. “연재를 처음 시작하면서 추구했던 두 가지를 함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체험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제 행동이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또라이’라는 건 기사의 갇힌 틀을 깨고 안 해본 걸 과감하게 해본다는 측면에서 영광스러운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딱딱하지 않게,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응원하는 독자가 많아지면서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낀다. “기자가 경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맨땅에 헤딩처럼 보여도 직접 경험하고 얘기 들으며 가까이에서 취재하는 게 제일 의미 있고 독자에게도 잘 전달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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