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민주노동당 가입 기자 논란

'공정성 훼손' '양심 맡겨야' 팽팽

윤리위는 해당기자에 ‘사규위반 탈당 권고’





한겨레신문사가 언론인의 정당 가입 문제를 놓고 후끈 달아올랐다. 한 기자의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언론인의 정당활동에 대해 현행 정당법과 한겨레 윤리강령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당법 6조는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는 누구든지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해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를 예외로 하고 있으나 언론인은 예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한겨레 윤리강령 내 ‘정당 및 종교활동에 대한 자세’에 따르면 “우리는 정당에 가입하지 않으며 특정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라고 돼있어 정당 가입은 사규 위반이다.

지난 23일 소집된 윤리위원회는 현행 윤리강령에 따라 편집국 민주노동당 당원 두 명에게 탈당을 권고했다. 윤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당사자 입장을 들은 후 내달 2일경 윤리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인사위 회부 여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계기로 언론인의 정치활동 문제가 자연스럽게 공론화 됐다”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토론을 거쳐 어떤 식으로 풀지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과 사규의 차이에 따른 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언론인의 정당가입 자체도 논쟁거리다. 한 기자는 “언론인의 정당 가입은 부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은 언론 보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서에 배속하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또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도 특정정당에 유리하게 기사를 쓰는 일이 너무 많다”며 “오히려 기자가 정당 가입을 공개한다면 기사를 쓸 때 견제를 받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찬성 의견은 업무국보다는 편집국에, 나이든 간부급보다는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우세하다. 한 기자는 “편집국에서는 찬반이 반반 정도”라며 “찬성을 하는 일부에서는 △차장 이상 간부급은 제한한다 △정치부 등 관련 부서 배속은 피한다 △단순 당원 가입이 아닌 당직자 등 직책을 맡는 것은 금한다 등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간부는 “독자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데 신문사에 특정 정당당원들이 많다면 어느 당의 기관지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겨레는 창간 때부터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사시로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한 기자도 “양성화한다고 해도 내부 문제일 뿐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매체에 대한 편견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당 가입으로 인해 내 기사가 독자들에게 오해받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편집국 한 부장은 “기자는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을 지켜야 한다”며 “기자의 정치활동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중인 해당 기자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사규가 막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정당가입으로 인해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기자는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번처럼 사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근래 보기 힘들었다”며 “기자가 어떤 형태로, 어디까지 정치 의사를 표명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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