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역언론 리포트'에 담지 못 한 이야기

[컴퓨터를 켜며] 김달아 기자

김달아 기자협회보 기자. 질문. 여의도 면적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2.9㎢라고 나온다. 기사에 ‘여의도 면적의 ○○배’ 같은 표현이 자주 쓰이지만, 가늠할 수 없는 크기다. 서울에 사는 이들도 잘 모르는 수치가 지역언론 기사에도 쓰인다. 주요 독자인 지역민에게 ‘여의도 면적’이란 말이 쉽게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올 한해 <2018 지역언론 리포트>를 연재했다. 매달 지역 한두 곳을 찾아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기사였다. 몇 달 전 취재하다 만난 한 기자는 지역언론의 현실을 토로하면서 ‘여의도’를 언급했다.

“정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늘 ‘여의도 면적의 몇 배’예요. 서울이 아니라 우리지역 일인데도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지역언론도 똑같이 ‘여의도 면적’으로 받아써요. 서울이 중심이라는 사고, 노력하지 않는 지역기자의 모습이 드러나는 거죠. 지역언론의 현실이에요.”

<지역언론 리포트>를 취재하며 10개 지역에서 100명 가까운 기자를 만났다. 지역언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포털사이트의 높은 벽이나 넉넉지 않은 임금은 기자들의 자존심을 꺾었다. 공공기관 청소인력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기사를 쓰다가, 그들이 자신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걸 알고 좌절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내·외부 환경 탓에 어깨를 펴지 못하는 지역기자들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좋은 기사를 고민해왔다. 면적의 기준을 ‘여의도’가 아니라 ‘부산 사직야구장’이나 ‘전북 현대 홈구장’으로 표현하듯 지역민이 체감하는 기사를 써왔다. 지역의 시각과 정서를 반영하는 게 지역언론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다. 중앙언론이 특정 시기에만 반짝 관심 갖는 제주4·3, 5·18민주화운동 등이 지역기자에게는 사시사철 기사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매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언론’ 자격 없는 언론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서울에 언론사가 몰려있는 환경에선 중앙언론이 지역언론을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지역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중앙언론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지역기자들이 몇 날 며칠 취재한 기사를 출처 없이 베껴 쓰고, 베껴 쓴 기사가 포털에 올라 주목받고, 지역언론이 이미 보도한 내용에 단독을 붙여 기사를 냈다는 등의 하소연이었다.

‘중앙’언론이란 이름으로 ‘서울’ 기사를 쓰는 보도행태도 수차례 지적됐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중앙언론은 당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의 ‘드루킹’ 연루 의혹 보도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실제 투표권이 있는 지역 민심은 달랐다. 선거 직후 <지역언론 리포트> 취재차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을 찾았다. 지역언론 정치부 기자들은 표심에 드루킹 여파는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경남지역지의 한 기자는 “중앙지 기자들이 내려와 취재했는데 쓰는 기사마다 제목이 드루킹이더라”며 “드루킹 얘기만 주야장천하고 프레임을 그쪽으로 몰아가니까 지역기자들이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지역언론 리포트>에서만 담을 수 있었다. 거창한 주제와 달리 싣지 못한 내용이 많다. 다만 지역기자들의 삶을 잠시나마 살펴볼 기회였다. 올해 시리즈는 끝났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지역언론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때까지 지역언론을 향한 관심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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