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해 동안 한반도에서는 안보 정세를 구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초대형 외교 일정이 잇따라 진행됐다. 대한민국 외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은 큰 성과다. 비무장 지대에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지뢰 제거 작업이나 상호 검증을 진행하는 모습은 남과 북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공존을 이뤄낼 수 있음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감격적인 장면이다. 두 번째,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북핵 문제는 지난해 말까지 10년 가까이 꾸준하게 악화하기만 했다. 그 결과 북한은 경제 제재에 직면했고, 한국은 안보 불안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2018년 외교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비핵화 논의에 공식으로 참가하게 된 것도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1993년 6월 김영삼 대통령이 “핵을 가진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표방한 이후 북핵 문제에서 국외자로 밀려나 있었다. 2003년 이후 6자회담 체제에서도 북미 협상 구도는 견고하게 자리를 지켰다. 대한민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이 공식적인 협의 당사자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중대한 성과다.
그러나 한국 외교가 2018년에 거둔 성과는 조건부라는 특성이 있고, 성과를 거두는 과정에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한국 외교가 주도자가 아니라 보조자나 중재자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북한과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 의지나 협상 의지가 강하지 않다. 해결이 필요한 것은 한국이다. 한국 외교가 스스로를 보조자나 중재자로 인식하고, 그 결과 총체적인 해결 구상을 준비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북핵 협상에서 진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둘째,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핵심 요소만 중시하고, 주변 요소를 경시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미국의 전통적인 엘리트나 중국, 일본 등이 한반도 평화 외교 과정에서 회의적인 세력이나 불만 세력으로 방치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셋째, 국내 정치 차원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초당적 협력, 즉 야당의 협력이 없으면 대북 정책에서 아무리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반드시 뒤집어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 외교가 2018년의 성과를 유지, 발전하는 것은 물론 문제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반성한다면 2019년 한국 외교는 더 큰 진전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를 상시적인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다시 태어나는 작업을 수행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