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기사 제목을 달 것인가. 디지털 시대 기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마트 진열대 상품처럼 빼곡이 놓인 뉴스들. ‘제목’이 끌리지 않으면 훌륭한 알맹이도 클릭되지 못한다. 24년차 신문 편집자 김용철 한겨레신문 기자는 “도대체 어떤 물건에 손님이 몰리고, 뜸한지 궁금증을 풀고 싶”었지만 참고할 도서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제목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책을 직접 썼다.
“2014년 디지털 부문에 자원해 2년6개월 있었어요. 연차 때문인지 처음에 SNS 팀장을 시키더라고요. 실전을 했던 후배들은 제목은 모르는데 이건 올리면 잘 되겠다 직감을 해요. 저야 제목 뽑는 감이야 있지만 디지털 환경은 낯서니까 답답했죠. 요즘엔 취재기자들도 직접 제목을 달아 출고를 하는데 막막하잖아요. 체계적인 교육도 없이 바로 정글에 나가 전투를 하는 건데.”
책은 베테랑 편집기자가 내놓은 인터넷뉴스 제목달기 실전서의 성격을 띤다. 예를 들어 셀럽의 발언은 디지털 제목에서 ‘누가 얘기했는지 이름을 반드시 넣어야 파급력이 크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여기 디지털 공간은 ‘부정의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대중이 공분할 발언을 제목으로 뽑는 게 좋다는 부연이 붙는다. ‘매혹적인 인터넷뉴스의 모든 것’이란 부제를 단 책은 이렇듯 인터넷뉴스의 특징, 제목의 기본원칙, 디지털에서 잘 읽히는 뉴스와 제목을 정리했다.
실제 김 기자는 기사 제목의 위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 “별로 안 읽히던 기사인데 제목을 수정하고 트래픽이 확 오르거나 폭발적일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소생”이다. 조회수를 떠나 ‘땅콩 회항’ 같은 조어는 사안 자체를 규정하는 단어로 널리 통용된다. 다만 신문제목이 메인제목, 부제, 사진 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의 일부라면 디지털은 한 줄의 미학이다. 문장부호, 조사 하나 허투루 쓸 수 없다. 책에서 그는 “인터넷뉴스, 8할이 제목”이라고 단언했다. 선을 지키면서도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포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시대다.
“편집기자 일이 낚시질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걸려도 ‘속지 않았구나’, ‘재미있게 달았네’ 생각하면 돼요. 트래픽 관리 입장에선 유혹에 시달릴 텐데 경계를 잘 오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제목은 큰 글씨로 쓰는 기사’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제목 하나로만 승부하니까 단순해지고 더 중요해진 거죠.”
1995년 언론계에 입문해 2000년 한겨레 이직 후 반 평생을 편집기자로 살아온 그는 얼마 전 편집에디터 직을 내려놓고 현재 종합면 편집을 맡고 있다. “동네 제재소 나무 켜는 냄새”를 좋아했고, 시를 사랑한 문청이기도 했던 “아날로그적인” 기자는 내일모레 쉰을 앞두고 첫 책을 냈다. 대학원 재학으로 디지털 분야에 흥미를 갖던 터 2015년 관훈클럽으로부터 지원이 확정되며 꼬박 주말 3~4시간씩 2년여를 할애한 결과이기도 하다. 내년 초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의도 예정하고 있다.
“항상 뭔가 부족해서 그걸 채우려고 책까지 쓴 게 아닌가 싶어요. 책이 나오고 ‘디지털 퍼스트, 신문은 베스트’라고 적어 돌리곤 했는데, 디지털로 가면서 우리가 정작 밥벌어먹는 신문에 대해선 소홀해 진 거 아닌가 싶어요. 신문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내야하는 거 아닐까요. 기자들이 제목을 뽑고 ‘내가 독자다’ 하고 한번만 읽어보는 과정을 거치면 좋은 제목이 나올 거 같아요. 디지털은 결국 공감이잖아요.”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