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제보전화에서 시작돼 세상을 바꾼 수많은 특종들의 후일담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라는 것 또한 안다. 쉼 없이 울려대는 제보전화와 편지함을 가득 채운 제보메일 속에서 특종을 건지기란 모래알 속 진주 찾기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제보 접수는 민원 처리처럼 성가신 일로 여겨지곤 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장에 답이 있다’지만, 기자가 모든 현장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에는 스마트폰을 든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다. 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하나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다. 이름하여 ‘꺼진 제보 다시 보기’. 언론사들이 제보 확보에 적극 나서며 이를 보도에도 전면 활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MBC는 얼마 전부터 ‘뉴스데스크’ 시작 전에 MBC 뉴스 제보를 안내하는 스팟 영상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제보 주시면 바로 갑니다’, ‘당신의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가 전하는 메시지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는 시청자 제보로 만든 ‘당신이 뉴스입니다’를 방송하고 있다. 제보 내용을 검증 보도하는 것을 넘어 제보자가 직접 리포트를 하도록 마이크를 넘기기도 한다.
SBS ‘8뉴스’도 지난 13일부터 ‘제보가 왔습니다’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경기도 양주시 예술단 집단 해고 논란을 시작으로 집 주변 오피스텔 신축 공사의 여파로 피해를 겪고 있는 평택시 주민들의 사연 등이 전파를 탔다. SBS가 의도한 것은 ‘제보의 선순환’이다. 정명원 SBS 8뉴스부장은 “제보를 부각시킴으로써 더 많은 양질의 제보가 들어와서 좋은 뉴스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최근 카카오톡 제보 아이디 ‘okjebo’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서 선보였다. 연합은 지난해 5월 고속도로에서 고의 사고를 내 의식 잃은 운전자를 구조한 일명 ‘투스카니 의인’ 보도 이후 제보 관리에 더 고무된 분위기다. 당시 사고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은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에서 25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뒤로 연합에는 제보를 전담하는 독자팀이 만들어져 24시간 카톡 제보 관리를 하고 있다. 이충원 독자팀장은 “이슈가 분산되면서 출입처 중심의 ‘발표 기사’는 이미 시효를 다했다. 출입처 밖으로 도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보를 가진 대중과 직접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 방식도 전과 달라졌다. 과거엔 전화나 이메일 제보가 많았다면 최근엔 카톡, 페이스북, 모바일 앱 등 창구가 다변화됐다. 경향신문은 독자들이 모바일 메신저 이용에 익숙하다는데 착안해 지난 2017년 4월 메신저 형태로 제보를 접수하는 ‘제보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역시 카톡이다. KBS, 뉴스1 등 다수의 언론사들이 카톡 플러스친구로 24시간 제보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이판 태풍으로 한국인 여행객 1000여명이 고립된 소식을 국내에 가장 먼저 전한 것도 연합의 카톡 제보였다.
YTN은 일찌감치 간편한 제보 시스템 개편으로 독보적인 성공을 일군 케이스다. YTN은 2015년 3월 모바일 제보 시스템을 선보인 뒤 디지털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한 해 접수되는 제보가 10만 건으로 급증했고, 그 중 ‘단독’ 가치가 있는 제보만 약 10%에 달했다. ‘뉴스는 YTN, 제보는 YTN’이라는 브랜드 전략이 성공하면서 “양적 성장을 통한 질적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서정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사용자에 대한 참여저널리즘이 YTN 모바일의 강점으로 작용했다”면서 이를 “제보로 촉발된 긍정적 파행”으로 설명했다.
실제 보도로 이어진 제보에 대해서는 사례를 하기도 한다. YTN은 스마트폰 앱 제보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저널리스트(MJ)’를 운영하며 베스트 MJ로 선정되면 소정의 경품을 제공한다. KBS도 연 1회 시민 기자상 시상식을 통해 상금과 부상을 주고 있다. 연합은 커피 교환권 등과 유니세프 기부 중에서 제보자에게 선택하도록 하는데 절반 정도가 기부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원 팀장은 “제보자에게 최고의 보상은 기사화 되는 것”이라며 물질적 보상보다 ‘사회적 인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제보가 ‘공익적’인 것은 아니다. 단순 민원성 제보도 적지 않고, 제보자의 시각에 의해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제보자가 제공한 사진이나 영상의 저작권 문제도 상존하는 이슈 중에 하나다. 정명원 부장이 ‘현장’과 ‘검증’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정 부장은 “제보 영상 중에는 가짜나 조작 영상도 있을 수 있다”며 “‘8뉴스’에서 다루는 아이템은 특히 현장에 가서 제보자를 만나고 검증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제보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적절한 틀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서정호 팀장은 “제보는 소셜피버(social fever)를 언론사가 감지하고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6년간 제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제보 데이터를 정량적·정성적으로 분석해서 정기적으로 리포트를 내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다.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