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지 USA투데이의 위기가 주는 신호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지난 1월 중순 미 헤지펀드 알든(Alden)이 이끄는 언론사 MNG(디지털퍼스트미디어)가 전국지 ‘USA투데이’로 유명한 미디어 그룹 개닛을 주당 12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MNG가 개닛 인수를 공개 제안했기 때문에 개닛이 매각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대적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인수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헤지펀드 언론사가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 이전에도 USA 투데이 감원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기도 했다.


USA투데이가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미 미디어 산업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 여파가 미친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USA투데이 외에도 버즈피드가 직원의 15%를 감원한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버라이즌의 미디어 부문도 7%(약 800명)를 감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MNG의 USA투데이 인수 시도는 좀 더 면밀히 내막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종합 일간지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USA투데이는 스타일 있는 편집과 편향되지 않는 넓은 시각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때 발행부수 1위로 미 최대 신문사 지위를 차지했다. 여행객이 머무르는 호텔에서는 어김없이 USA투데이를 볼 수 있었다.


USA투데이를 소유한 개닛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익이 크게 줄어서 2014년 2억8000만달러(약 3126억원)이던 것이 2017년엔 9700만달러(약 1083억원)이 됐다. 감원도 계속돼 편집국을 포함한 전체 직원도 같은 기간 1만9600명에서 1만53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7년에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개닛은 모바일 시대에는 적극적인 변신 노력을 했다. 지난 2012년 말 USA투데이의 로고를 포함한 디자인을 크게 바꿨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앱, 신문의 지면 디자인을 일체화하기도 했다. 이 때 변화한 디자인은 2019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이후 미국의 미디어 산업 지형은 또 한 번 크게 변했다. 가장 큰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그만의 구분법으로 인한 ‘가짜뉴스와의 전쟁’일 것이다. 대통령과 백악관이 극단적 뉴스를 쏟아내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또 산업 구조 변동 여파 속에서 경제 뉴스 분야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가 위상을 높였다. 이 사이에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종합지, USA투데이는 갈 길을 잃었다. 지역 기반 언론도 살길이 막막한 상황인데 특정 지역 기반도 없으면서 정치색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USA투데이는 2016년 전까지 미 대선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USA투데이가 ‘중립’으로 환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는 정치·경제·산업 각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뉴욕과 워싱턴DC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지다. 하지만 이들은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면서 분야별 뉴스레터, 모바일 속보, 이벤트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 전국을 디지털 방식으로 커버하고 있다. 이 상황으로 USA투데이는 설 자리를 다시 뺏기고 말았다.


USA투데이를 인수하려는 헤지펀드 알든(Alden)은 미 미디어 전문가들 사이에 ‘신문 산업의 와해자’로 유명하다. 디지털퍼스트미디어란 이름으로 댄버포스트, 산호세머큐리 등 지역지 200개를 인수했다. 미국 최대 신문 그룹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의 전략은 간단하다. 통합뉴스룸이란 이름으로 그룹 내 뉴스를 공유하고 해당 지역에 맞는 뉴스만 자체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편집국 기자들을 대거 해고하고 조직을 최소화해 운영한다. 기사도 AP와 뉴욕타임즈 신디케이트 등으로 채우고 지역 광고를 대거 유치하는 전략을 쓴다. 신문인지 광고 모음인지 구분하기 힘들 때가 있을 정도다. USA투데이의 브랜드 자산을 핵심으로 인수하고 편집국을 포함한 조직에 대해 가혹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소문이 돈다.


아직 MNG의 USA투데이(개닛) 최종 인수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특색없이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종합 일간지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여러모로 한국 미디어 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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