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왜 스텔라데이지호 취재 못 하게 하나"

김영미 시사IN PD(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민의 생사 확인을 위해 대서양 수색작업을 하는 초유의 사태죠. 국민의 생명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자세, 큰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고 오히려 홍보를 해야 할 사안인데 과거 그대로, 언론을 최대한 접근시키지 않고 있어요.”


김영미 PD(시사IN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탐사선 탑승을 ‘불허’ 당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외교부는 김 PD의 승선 요청에 지난11일 “어떤 언론사도 승선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취재요청을 허락하고 말고 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숨기지 않고 브리핑을 한다 해도 취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언론은 정부가 말한 걸 받아쓰는 게 아니라 검증을 하라고 있는 거잖아요.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민주사회 장치로서 언론의 역할이고 그걸 하려는 거예요. 언론 태생이 그러니까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역할은 정부도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거고요. 침해를 당하면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이제껏 없었죠.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는 거니까 헌법소원을 해볼 예정이에요.”


김 PD는 이 사안을 거의 홀로 여기까지 이끌어 온 언론인이다. 정부는 미해군 촬영 사진이 구명벌인지 확인을 위한 사진을 미요청하며 진상규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여러 정치적 이벤트가 겹치고 너무 멀리서 너무 특수한 직군들에 벌어진 사고란 점 때문에 여론의 관심도 적던 터다. 김 PD는 지난 2017년 9월 이 가운데 홀로 남미 3개국 등을 70여일간 취재해 이 사태를 깊이 조명했다. 첫 보도 이후인 2018년 4월엔 정보공개요청 결과확인 등을 위해 실종자 가족과 함께 우루과이, 브라질을 찾았다. 5월 미국 로즈홀연구소를 찾아 기술적으로 심해 인양이 가능하다는, “블랙박스 인양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정부 공식입장을 번복시키는 사실을 전한 것도 그다.


김 PD는 “전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 원칙만 지키고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제작 등으로 보전된 금액과 실종자 가족?종교단체 지원을 제외해도 스텔라데이지호 취재엔 자비 수천만원이 들었다. 비용을 떠나 위험한 지역이다. 언론사의 기업성과 언론의 본질이 충돌한다는 생각에 시사IN에 몸담은, 느슨한 소속을 고집하고 있다. 분쟁지역 취재로 점철된 20년 경력은 언론인으로 살기 위해 일상의 안위와 삶의 양식까지 관리하는 방식으로 채워졌다. 그는 “기록이 무서워서 그렇다. 내가 죽어도 기록은 남을 텐데 그 평가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걸로 남을 게 나는 무섭다”며 “지금 SNS에 쓰는 것들도 100~200년 후 취재를 불허한 정부 책임이지 우리 언론 책임이 아닌 걸로 기록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2017년 3월31일 스텔라데이지호는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했다. 한국인 8명 등 24명의 선원을 태운 배는 육지에서 3000Km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V자 모양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2년. 우린 아직도 우리 국민이 탄 배가 가라앉은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 블랙박스 수거는 진상 규명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시선의 검증을 견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렇지 못한 조치는 또 다른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스텔라데이지호는 배 한 척이 아니다. 언론인 취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세월호 엄마 한 분이, 씨랜드 사고 때 자기가 남일처럼 여겨서 이 일을 당했다고 한탄하시는 걸 봤어요. 사고라는 게 누가 희생될지 알 수 없잖아요. 공감이 인간의 가장 큰 가치일 텐데 그조차도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너무 살기 힘든 거 같아요. 정부가 부서?부처로서가 아니라 헌법이란 가치 아래 국민과 언론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넘어야 할 산이지만 국민 한 사람이라도 궁금해 하면 알아본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해서 블랙박스 분석 때까지 긴장 늦추지 않고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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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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