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30년 기록, 에세이 44편으로 써내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기자 '사진을 쓰다' 출간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를 좋아했다. ‘어떤’ 오기 때문이었지만 중학교 무렵, 고3까지의 국어 교과서를 미리 다 읽었을 정도로 곽윤섭<큰 사진> 한겨레 사진기자는 다른 과목보다 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일보에 연재되던 김훈 기자의 ‘문학기행’을 읽으며 그는 신문에도 이런 글이 실린다는 깨우침을 얻었고 3년에 걸쳐 두 차례 신춘문예에 도전할 정도로 글에 푹 빠졌다.


곽 기자는 어느샌가 한국일보에서 문화부 기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 추천으로 두 달 간 한국일보에서 인턴 기회를 얻었고, 아침 7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낙방의 고배만 마셨다. 그 무렵 아버지는 연말까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면 대구로 내려오라고 성화였다. 좀 더 서울에 있고 싶었던 그는 연합뉴스 사진기자로 일하던 대학 선배의 조언에 한겨레 사진기자 시험을 쳤다. 그리고 합격했다. 1989년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곽 기자는 한겨레에 딱 3년만 다니고 한국일보에 재도전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도와주지 않았다. 날마다 시위가 벌어지고 누군가 분신하거나 투신했다. 방독면과 헬멧, 사다리, 두 대의 카메라까지 대략 18kg의 짐을 짊어지고 이리저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곽 기자는 “기자였지만 매일 대학생이 시위하는 기분으로 일을 했다. 경찰에 맞기도 했고 사회면에 이름도 세 번이나 나갔다”며 “그렇게 3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 할 만한 일, 해야 될 일이라는 생각에 5년만 더 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10년이 지나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씩 취재후기를 쓰기 시작한 건 그 즈음이었다. 입사 3년차가 됐을 때 CBS, SBS, 국민일보 등 타사 동기 기자들이 그에게 함께 취재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기자 14명이 각자 두 편씩 글을 썼고 취재수첩을 엮은 책 ‘뛰면서 꿈꾸는 우리’가 1992년 출간됐다. 곽 기자는 “그 때부터 틈틈이 짧든 길든 글을 썼다”며 “예컨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때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뒀다. 시간이 지난 후에 사진을 훑어보면서 그 때 느낌이 떠오르면 문장을 이어 붙여 짧으면 200자 원고지 5매, 길면 15매의 글을 써두곤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곽 기자는 언젠가 사진과 글이 결합한 책을 내리라 다짐했다. ‘사진을 다루는 법’이 담긴 책 5권을 낼 동안도 그 열망은 계속됐다. 그리고 지난해 이맘때 드디어 책 출간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1년간 그는 옛날 글을 찾고 새로운 글을 쓰며 총 44개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그리고 최근 ‘사진을 쓰다<작은 사진>’를 펴냈다. 쿠바, 일본, 순천만 등 국내외 여행의 기록과 30여년 기자 생활에 얽힌 추억들, 사진에 대한 생각까지 모두 엮인 책이다.


곽 기자는 “1995년 이화여대 운동장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을 스케치한 글이나 안개 속 제주도에서 느꼈던 단상을 적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시각 이미지란 무엇인지, 우리는 왜 보는 것인지, 사람들은 왜 사진을 찍는지, 또 거기서 무엇을 떠올리는지 등이다. 44개의 에세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고, 그런 지점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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