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를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확인에 있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면 가짜뉴스가 된다. 오보도 넓은 범주에서 보면 가짜뉴스다. 보도가 된 시점에서 보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의도성이 있든 없든 오보는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최근 언론의 몇몇 사례는 그냥 무시하기엔 심각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일보의 ‘3대 독자 차례상 도전기’는 누리꾼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3대 독자를 의심하는 몇몇 표현 때문이었는데, 미숙한 대처가 문제를 더 키웠다. 누리꾼이 지적한 부분을 몇 차례 수정하는 과정에서 납득은커녕 의혹만 더 키웠다. 기사가 바뀌는 과정을 캡처한 화면이 돌아다니며, 위기를 모면하려다 되레 상처가 더 악화된 꼴이 됐다. 신문 기사가 아니고 디지털 기사니까 ‘뭐 고치면 되지’하고 가볍게 여기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매일경제의 UAE 칼둔 기사도 기초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다가 오보가 된 사례다. 취재원한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로 보이는데, 각색이 심했다. UAE 왕세제 방한에 칼둔 행정청장이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사의 근거인데, 정작 청와대에 확인도 거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건, 이 기사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활용된 점이다. 신문사 입맛에 맞게 기사를 ‘마사지’했다는 비판을 샀다. 결국 청와대가 ‘오보’라고 반박한 지 1시간여 만에 인터넷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지워 사실상 오보를 인정했다. 믿을만한 취재원이 준 고급 정보로 특종을 터트리는 것은, 확인 취재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실수를 빨리 바로잡아 그나마 체면을 덜 구겼지만, 인터넷 속보 경쟁에서 ‘일단 쓰고 보자’며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위험하다. 인터넷 기사도 신문과 방송 콘텐츠 못지않게 사실 확인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결과, 오보의 60%가 사실 미확인 또는 불충분한 취재였다. 그 다음이 기자의 부주의, 언론사의 지나친 경쟁, 마감시간 압박, 정보원의 부정확한 정보 제공 순이었다. 팩트 확인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취재 원칙인데, 결과는 충격적이다.
디지털 기사가 늘어나며 ‘일단 출고하고, 나중에 고쳐’라는 분위기도 오보를 거든다. 출고 압박을 받은 기자는 사실 확인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브리핑이나 홍보 자료만 보고 출고부터 하고 본다. 홍보 대변자가 되고 만다. 기자의 가치판단이 뒤로 밀리는 건 두말 할 필요 없고, 늘 오보의 경계선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한다. 한 언론사가 쓰면, 다른 언론사들이 뒤따라 쓰는 관행도 팽배하다. 몇 해 전 통신사가 쓴 ‘강원도 지진’ 오보는 단적인 예다. 방송이 받아쓰고, 신문사가 디지털 뉴스로 받아쓰며 순식간에 확산됐다. 기상청에 전화만 했어도 피할 수 있는 오보였는데도 몇 군데 언론이 쓰자 ‘맞겠지’하며 보도됐다. 디지털에서 오보는 이처럼 순식간에 퍼진다.
그런데도 오보 대처 방식은 한심할 지경이다. “지우면 되지”하고 너무 쉽게 생각한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가는 기사의 엄격함에 비하면 한없이 너그럽다. 좀 덜 엄격해도 되는 듯 여긴다. 디지털을 가볍게 생각하다간 언론이 오랫동안 쌓은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대부분의 기사를 디지털로 읽는 독자들은 그 콘텐츠가 신문에 나간 기사인지, 디지털로만 쓴 기사인지 알 수 없다. 언론사 바이라인을 다는 순간, 독자들은 가짜가 아닌 사실로 받아들인다. 책임이 다를 수 없다. 확인을 거쳤는데도 피할 수 없는 실수엔 즉각 사과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잘못을 감추려하면 할수록 걷잡을 수 없는 늪에 빠진다. 디지털에서 ‘지울 권리’를 함부로 쓰면 ‘독’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