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우소나루 '우파 헤쳐모여'로 승부수?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 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우파 집권당인 사회자유당(PSL)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비리 의혹에 발목이 잡히면서 개혁법안 처리에도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여론조작 시비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던 유력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집권당 때리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사회자유당의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 지역 당 위원장(현재 관광장관)은 지난해 10월 선거에서 주의원 후보 4명에게 선거자금으로 8000여만원을 지원했으나 사용 내용이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보 4명이 얻은 표를 모두 합쳐도 2000여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짜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대주고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어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에서 사회자유당이 여성 연방하원의원 후보에게 1억2000만원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했고, 후보는 이 돈의 95%를 특정 인쇄업체에 지급했다고 신고했으나 확인 결과 유령업체였다. 이 후보가 선거에서 불과 274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역시 ‘가짜 후보’논란에 휩싸였다.


사회자유당의 현 대표가 선거 기간에 자기 아들 회사에 75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가 선거 캠페인에 사용할 동영상 홍보물을 제작하는 비용으로 지급한 것이며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됐다고 반박했으나 한 번 무너진 사회자유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집권당 비리 의혹은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2개월도 안 돼 대통령실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급 각료가 해임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주요 사안에 대한 견해차 때문에 교체를 결심했다고 밝혔으나 파장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비리 의혹의 대상인 관광장관 해임 요구가 연립정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들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논란은 더 큰 악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녀 5명을 두고 있는데, 3명이 정치인이다. 장남은 연방상원의원, 차남은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삼남은 연방하원의원이다.


정치 명망가 집안이라는 평을 들을 법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장남은 은행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되면서 돈세탁 등 혐의로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을 처지다. 차남은 ‘아버지를 위한 핏불’을 자임하면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남은 지난해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보우소나루 취임 이전에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극우 인사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만났다. 현역 연방하원의원이지만 정부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비선으로 활동하는 그를 두고 ‘23번째 각료’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급기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지지 기반인 군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세 아들을 함부로 국정에 참여시키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졌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마지못해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집권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군부마저 등을 돌리면 보우소나루는 사면초가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아들들이 2020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뜻밖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의 한 신문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세 아들이 현재 재창당 작업 중인 우파 국가민주연합(UDN)으로 당적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삼남이 국가민주연합 관계자들을 만나 당적 변경 문제를 협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가민주연합은 1945년에 창당했다가 1965년에 해산된 정당으로 현재 재창당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민주연합 측은 자신들이 진정한 ‘우파의 DNA’를 가진 유일한 정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브라질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우파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세 아들이 국가민주연합에 합류하면 브라질 정치권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극우 돌풍’ 속에 집권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우파세력 결집을 통한 정계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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