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가 형무소서 부른 창가, 노래로 재현

한국일보 '8호 감방의 노래' 공개
싱어송라이터 섭외해 작곡 의뢰
가사만 남은 창가에 생기 불어넣어

한국일보 ‘프란’ 유튜브채널 캡처.

한국일보가 유관순 열사와 감옥 동료들이 서대문형무소에서 불렀던 창가 가사에 멜로디를 붙여 싱글앨범을 제작했다. 지난 22일 오후 한국일보는 음원 ‘8호 감방의 노래(Women’s march)’를 각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여옥사에서 제작한 라이브영상도 이날 한국일보 영상채널 프란(Pran)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함께 게시됐다.


한국일보는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 운동가와 무명 조력자의 삶을 조명하는 연중기획 ‘다시 부르는 삼월의 노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1991년 3월1일 이후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 수감자들이 지어 부른 창가를 찾아냈지만 곡조는 전하지 못했다. 1월1일 보도 후 원곡 멜로디를 기억한다는 제보가 오면서 100년 전 노래가 되살아나는 바탕이 됐다. 1919년 3·1운동 직후 수감된 유관순 열사 등 7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라고 읊조리며 “공포를 달래고,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던 그 노래다.


강희경 한국일보 영상팀장은 “기획취재부와 영상팀의 공동작업이다. 당시 가사는 발굴했는데 음을 못 찾아서 싱어송라이터를 섭외, 작곡을 하게 했다”면서 “3·1절을 생각해 음원 공개시점도 1일로 맞추려고 했는데 취지를 이해하고 기대감을 키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싶어 앞당겼다. 대부분 음원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래 작곡은 SBS ‘K팝스타’ 출신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씨가 맡았다. 안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조명된다는 취지가 좋고, 이들이 실제로 불렀던 가사에 곡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영광스러웠다”는 참여취지를 밝혔다.


한국일보의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사료를 발굴하고, 저널리즘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독자에게 전하기 위한 최선의 형식을 고민했다는 데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강 영상팀장은 “음원 제작은 처음”이라며 “저널리즘이란 차원에서도 발굴한 노래를 직접 만들어 전하고 100년 전 느낀 감정을 느껴보도록 하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봤다. 음악을 듣다 역사적 의미와 취지가 궁금해지면 검색을 해보는 등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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