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남은 브렉시트… 혼돈의 영국

[글로벌 리포트 | 영국]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유례 없이 따듯한 날씨로 3월에 막 들어선 런던에는 꽃 향기가 가득하다. 도심 주요 거리에는 벚꽃과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지만 무거운 겨울 옷을 벗은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만 않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결전의 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국 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치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테레사 메이 총리는 자신의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무역이나 국경 문제에 대해 어떤 합의도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며 영국 의회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당파를 초월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합의안 인준에 실패하고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가 치러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영국 정부와 의회의 대치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제1야당인 노동당부터 보수당에 이르기까지, 지도부의 브렉시트 정책에 반발한 탈당이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을 기준으로 노동당에서 8명, 보수당에서 3명이 이탈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무소속 연대인 ‘독립 그룹’(Independent Group)에 가담한 상태다.


메이 총리는 오는 12일 브렉시트 합의안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B안과 C안을 준비했다. 13일에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시행하고, 이마저 실패로 돌아간다면 14일에 브렉시트 시행일을 연기하는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새롭게 등장한 ‘브렉시트 연기’ 안건은 지난달 26일, 메이 총리가 의회 연설에서 EU 의회 선거가 치러질 6월 말까지 “짧은 기간 동안”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역시 EU가 영국 정부의 제안에 동의해야 가능해 쉬운 해법이라 할 수 없다.


영국 국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영국 언론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나 이후의 국론 분열 과정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일각에서는 영국 주류 일간지의 ‘저질스러운’ 이민 문제 보도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탈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일, 브리스톨 대학의 대니 펜체바(Denny Pencheva) 교수는 6개 일간지가 2006년(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EU에 가입하기 직전)에서 2013년(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국민투표를 약속한)사이에 유럽연합에 대해 다룬 약 1000여 개의 기사들을 분석한 결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free-fact’) 보도 사례들이 상당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예로, 정파를 초월해 대부분 일간지가 EU내부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이 영국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이민자 유입을 가능케 할 것이며, 그 결과 영국 주권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을 주요 의제로 다룬 점을 들었다. 문제는 보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정치인과 공인들의 발언, 이들 사이의 감정적 논쟁, 나아가 학술연구, 싱크탱크 보고서, (종종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각종 통계와 숫자들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사실 확인’ 절차가 생략되거나 무시됐다는 것이다.


실제 ‘선’은 2006년 9월22일자 보도에서 “불가리아인이나 루마니아인은 (2007년에 EU 가입이 허용되면) 자기 나라가 매우 가난하고 일이 없기 때문에 영국에 기뻐하며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일간지들도 두 나라에서 약 2900만명의 이민자가 유입될 것이라며 구체적 수치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그 숫자는 두 나라의 전체 국민수를 합친 것이다. 이들이 모두 영국으로 이주하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은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떻게 언론을 뒤덮을 수 있었을까?


브렉시트 사태가 수습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힘들다.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는데 정답이 나올 수 있을까. 영국이 남은 3주 내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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