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제목 편집관행과 저널리즘 신뢰 퇴행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외신 기사를 인용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기사의 제목에 등장한 ‘수석대변인’은 취재원이 언급한 단어가 아니었다. 근거 없는 주관적 해석을 제목으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다.


기사의 제목은 기자와 데스크 간 협업의 결과물이다. 이들의 협업은 뉴스 생산 관행과 기자의 역할이라는 맥락 안에서 발생한다.


먼저, 제목 유형만으로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추론한다면 기자는 단순전달자일 가능성이 높다. 거의 모든 영역의 뉴스에서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부호로 처리해 제목에 배치하는 편집방식이 일반화됐다. 예를 들어, 민주화 이후 2012년까지 치러진 다섯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정치권이 제기한 폭로나 의혹을 보도한 지상파방송의 뉴스를 분석한 결과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부호로 처리하고 이를 제목으로 삼은 기사의 비율이 2002년 대통령 선거부터 크게 늘어났다(김춘식, 2017). ‘직접 인용형’(발언 전부나 일부 혹은 조사만을 생략해 인용)과 ‘해석요약형’(발언 내용 해석·요약) 제목이 지배적인 형태였고 나머지는 ‘추출조합형’(몇몇 단어 추출 조합)과 ‘작문형’(본문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으로 구성)이었다.


양측의 입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관행은 객관주의 원칙을 기계적 균형성 측면에서 좁게 해석한 결과이다. 정파적 성향이 강한 언론의 경우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프로모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제목을 채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용부호에 취재원의 발언을 담아 제목으로 사용하는 편집 관행은 기자를 관찰자로 머물게 하고 정파적 협력자로 변절하게 만드는 매우 부적절한 관행이다.


둘째,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은 기사 제목의 유형은 ‘객관적 사실 제시형’(본문의 내용에서 추출), ‘해석 및 의견 제시형’(기자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 ‘흥미 유발형’(말줄임표나 물음표 사용) 세 가지이다. 앞서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해석 및 의견 제시형’은 선거에 따라 들쭉날쭉 했고, ‘객관적 사실 제시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 추이를 보였으며 ‘흥미유발형’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크게 늘어났다. 새로운 미디어 등장에 따른 언론사 간 치열한 경쟁을 가져와 선정성을 추구하게 됐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제목의 영향력은 뉴스 노출 경로에 의해서도 매개된다. 가령, 포털 뉴스 이용자의 경우 읽은 기사가 어느 언론사가 생산한 것인지 모르는 이들이 70%를 넘어 매체의 영향력이 중립화 되어 기사 제목이 독자의 해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편집의 선정성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사 내용의 객관성이 드러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정적이고 주관적 해석을 내세운 제목의 사용이 늘어난다. 왜곡된 기사 제목 편집관행이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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