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의 기본은 '콘텐츠 혁신'이었죠"

CBS 노사혁신TF 이끈 도성해 CBS 선임기자

CBS 노사는 지난 20일 ‘CBS 미래를 위한 노사혁신TF’의 혁신안을 바탕으로 심층취재팀, 디지털콘텐츠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에 합의했다. 사진은 혁신TF 팀장이었던 도성해 CBS 선임기자.

‘CBS 미래를 위한 노사혁신TF’가 출범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2003년 노컷뉴스를 시작으로 2017년 디지털미디어센터(디미센) 신설까지 여러 혁신을 시도해온 CBS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선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노사 양측에서 14명이 참여했고 각 직능과 지역 대표로 선발된 상근 대표위원들을 중심으로 두 달여간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14일엔 최종 결과보고서가, 또 지난 20일엔 TF 혁신안 이행을 위한 노사 합의서가 도출됐다.


혁신TF를 이끌었던 도성해 CBS 선임기자는 이 과정을 “참 소중한 시간”이라고 평했다. “다양한 분야의 일꾼들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회사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라고 말했다. 이 기간 혁신TF 위원들이 만난 사람들은 CBS 내·외부를 합쳐 대략 60여명. 연차를 가리지 않고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TF 내부에서 수십 차례 회의가 열렸다.


TF가 판단한 대내외적인 환경은 좋지 않았다. 코바코 광고는 매년 10% 가까이 하락하고 있었고 디지털 광고가 늘고 있긴 했지만 CBS가 차지할 몫이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도성해 기자는 “디지털 미디어렙사와 광고국장 등을 만나 의견을 들었는데 기업 광고주들은 브랜디드 콘텐츠보다 유튜버로 상징되는 1인 미디어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장은 이미 주요 MCN 사업자들이 선점하고 있고 이 사업자들도 실제로 상품을 파는 미디어 커머스로까지 확장해야 확실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며 “CBS가 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TF팀이 내린 답은 결국 ‘기본’이었다. CBS가 잘 해온 것을 굳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 다만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보도와 시사 등 CBS 콘텐츠 전 분야의 제작에 디지털 역량을 결합시키면 독자도 늘고 언젠가 마케팅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도 기자는 “결국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 혁신이 중요했다”며 “뉴스 경쟁력을 높이고 시사 프로그램 제작 방식도 개선하는 등 저널리즘 기능을 강화해 독자 기반을 늘리는 것, 또 디지털 세대까지 우리 독자로 흡수할 수 있도록 전 부문에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특히 강조한 건 협업이었다. 한정된 인적 자원 아래서 혁신이 가능하려면 부 간, 국실 간, 본부 간 벽을 허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TF가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보도국 심층취재팀과 편성국 시사팀, 디미센 영상인력을 미디어본부 산하 ‘심층취재팀(뉴스LAB)’으로 편제시켜 기자와 PD, 영상 제작 인력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도록 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도 기자는 “신설되는 디지털콘텐츠국(디지털LAB)에서도 디미센과 ICT R&D센터,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곳에 가면 어느 조직이든 바로 영상을 찍을 수 있고 편집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타사를 방문해 독자 분석 방법 등도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TF는 지난 15일 해산했지만 CBS의 혁신 작업은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TF가 보도국, 편성국, 기술국, 선교국 등 각 조직별로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자체 논의기구를 구성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노사 합의서에 따르면 각 조직들은 6인 이상의 논의기구를 내달 초까지 출범시키고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 기자는 “TF에서 굵직한 화두를 던졌다면 이제 각 단위에서 세부적 실천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버려야 될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는 결단과 용기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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