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촉진 외교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고, 그 날 밤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평화 촉진 외교는 다시 한 번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고비를 앞둔 만큼 평화 촉진 외교의 과제와 유의 사항을 다시 점검하는 것은 의미 있는 토론이 될 것이다.
평화 촉진 외교에서 기본 과제는 여전히 북한과 미국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외교적으로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 요구나 불만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를 가진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둘째 비핵화 협상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북한과 미국에 다양하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과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정권을 담당한 소수 엘리트가 정책 추진을 독점하면, 당국자들은 과부하 현상으로 고생하고, 다른 전문가들은 소외에 대한 불만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정책 대안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거기에 국내 정치 상황에도 정통한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정권 담당자들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거국적 정책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북한과 미국의 대화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노력도 촉진자의 몫이다. 협상 타결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은 협상 타결 시나리오를 100개 만들어놓고, 도상 훈련을 하는 것보다 더 치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촉진자 역할에서 유의할 점도 있다. 특히 국내 정치 차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것은 성공과 실패의 변수다. 촉진자로서 진행하는 외교 정책은 북한이나 미국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조건에서 집권 여당이 촉진자 외교를 독주하면서, 독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야당의 집중 포화를 피할 길은 없다. 또 촉진자 외교는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추동하는 형식인 만큼, 한국 정부가 스스로 존재감을 강조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민적 관심사라는 차원에서 언론 브리핑은 진행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 외교 성과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자기 발등을 찍는 셈이 될 것이다. 북한이나 미국과 충돌하는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는 것도 촉진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평화 촉진 외교 과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겸손한 마음으로 숙지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