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현재진행형, 노란 리본 떼지 못하네"

세월호 5주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날 잊지 않으려는 기자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섯 번째 봄이 찾아왔다.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기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 기억의 목적과 방식은 다양하지만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여전하다. 사진은 지난 15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 책상에 놓인 2014년 가정통신문. /뉴시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섯 번째 봄이 찾아왔다. 곳곳에 일렁이는 노란 물결이 다시금 세월호의 아픔을 되살리게 하는 계절.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기자들은 올해도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의 목적은 다양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여전히 명확한 진상 규명을 외치는 유가족에 힘을 보태기 위해 기자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었다. 5년 전 취재를 위해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전전했던 기억과 그 이후 언론이 할 일을 되새기기 위해 세월호를 기억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목적과 방식은 다양했지만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여전했다. 


이가혁, 이상엽, 연지환 JTBC 기자는 지난 7일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찾았다. 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마주한 세월호는 생각보다 더 많이 부식된, 처참한 모습이었다. 세 명 모두 말없이 세월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가혁 기자는 “특별취재팀으로 세월호를 장기간 취재했는데, 목포신항에서 철수하던 그 날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오자고 약속했었다”며 “5주기를 앞두고 마침 서로 휴일이 맞아 당일치기로 다녀오게 됐다. 말로만 기억하자고 하는데 한 번 눈에 담고 오자, 또 저희 역시 오랜 기간 취재하며 기억이 많은 곳이라 다시금 되새겨보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꾸준히 노란 리본을 가방 등 소지품에 달고 다니는 기자들도 있었다. 특히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세월호 관련 사진으로 올리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다. 세월호 사진과 함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을 수 없으니까요.’라는 문구를 페이스북 프로필로 등록한 박소희 오마이뉴스 기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박소희 기자는 “당시 법조팀 소속이었는데 참사 당일 단원고 취재를 시작으로 세월호 관련 프로젝트에 여러 번 참여했다”며 “취재와 별개로 팽목항을 찾기도 했고 세월호 선원들 재판 취재를 위해 광주에 가기도 하는 등 세월호에 관한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줬는데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현재진행형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도 문제에서도 그렇고 언론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더욱 기억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사도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제호 옆 노란 리본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한겨레21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당시 편집장이었던 안수찬 기자가 “진실의 전모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해 첫 호부터 노란 리본을 단 이후 여전히 노란 리본은 한겨레21 제호 옆에 자리하고 있다. 그 다음 편집장이었던 길윤형 기자도 “그날의 슬픔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이유로 노란 리본을 떼지 않았다.


현 편집장인 류이근 기자는 “최근 노란 리본을 뗄 것인지 회의에 부쳤지만 결론은 노란 리본의 유지였다”며 “노란 리본은 더 이상 세월호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상징성이 확대됐다는 게 이유였다.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 갑질 피해자 또는 소수자를 연대해낼 수 있는 확장된 가치를 노란 리본이 담고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해 구성원들의 국민 서명 동참을 독려한 곳도 있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최근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서 협조를 요청해왔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저희들이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많은 전달 부탁드린다”는 글을 서명 링크와 함께 노조 게시판에 올렸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언론도 세월호 참사에선 일종의 가해자 아닌가”라며 “사과 한두 마디로 끝날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우리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세월호를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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