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BS에서 일어난 불공정 보도와 제작 자율성 침해, 부당 징계 등을 조사하겠다”는 양승동 KBS 사장의 의지로 지난해 6월5일 출범한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지난 2일 10개월간의 조사활동을 종료했다. 그동안 11차례 위원회를 열고 KBS 내 ‘블랙리스트’ 및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등의 진상을 규명한 진미위는 안팎의 견제에도 다양한 재발 방지 대책을 사측에 권고해왔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진미위 사무실에서 만난 복진선<사진> KBS 진실과미래추진단장은 “이명박·박근혜 시절 특히 언론계에선 과거로 회귀하는 권위주의적 행태가 많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지점을 조사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에 남기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그 작업을 진미위가 했다. 보도제작과 경영상의 구조적인 문제들, 또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해쳤던 대략 20여개의 사건이나 문제점 등을 추진단이 발제하면 위원회가 토론을 통해 조사할 것을 의결하고, 조사 후에 보고서와 권고 사항을 사장에게 올리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진미위는 이 과정에서 수시로 안팎의 견제를 받았다. 지난해 9월 KBS공영노조가 진미위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해 진미위의 인사조치 요구 권한이 정지되기도 했다. 조사에 강제성이 없는 점, 또 문제점들이 켜켜이 쌓인 점도 한계였다. 복진선 단장은 “우스갯소리로 모든 문제를 다 조사하려면 여기서 정년퇴직을 맞겠다고 할 정도였다”며 “우리가 익히 아는 일들도 있지만 들여다보지 않아 문제가 됐던 사건들이 좀 있었다. 다만 서로 암묵적으로 알음알음 편의를 제공했던 일들이라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라는 형식이 갖는 한계도 있었다. 필요시 조사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음에도 활동 종료를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복진선 단장은 “사회의 윤리적 긴장도는 정점에서 폭발적으로 번진다고 본다. 과거 정권에선 위에서부터의 도덕적 해이가 퍼져 KBS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직업윤리 등의 기준이 낮아졌다”며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걸 자각하고 긴장하고 그것이 정책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조사는 뭔가를 만들려는 계기는 될 수 있어도 지속성을 갖기 어렵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사 활동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봤다. 과거 일어난 문제들을 KBS가 스스로 조사하고 책임져 보겠다고 나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복진선 단장은 “일부에선 지난 시절 잘나갔던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적 작업으로 보지만 그렇다기보다 있었던 문제들을 우리 스스로 들여다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우리가 지난 시절 공영방송의 책임이나 의무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 변화한 시대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작업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미위는 운영규정에 따라 향후엔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심의하고, 조사결과와 제도개선 권고 내용 등을 정리한 전체 활동보고서(백서)를 6월 중으로 사장과 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복진선 단장은 “진미위가 조사 활동을 끝내더라도 각 단위에서 상시적인 조사 기능을 살렸으면 한다”며 “문제를 쌓아두지 말고 발생할 때마다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