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저널리즘'이라는 내부 유착

[언론 다시보기] 강도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강도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지난 14일 배우 윤지오씨의 ‘13번째 증언’ 북콘서트가 열렸다. 윤씨는 홍선근 머니투데이그룹전략협의회 회장이 자신에게 꽃다발을 보낸 적이 있다면서 주소를 알고 있는 게 스토킹으로 느껴져 두려웠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증언했다. 그에게 머니투데이 계열사 기자들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집으로 꽃다발이 배달됐다고 하는데 꽃다발도 조씨가 배달한 걸로 오해하는 거 아닌가?” “홍 회장에게 명함 받았던 자리 자체가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문제 될 만한 자리였나?”


머니투데이 계열사인 뉴시스 기자는 윤씨를 비난하는 칼럼을 썼다가 지웠고, 머니투데이 기자는 실명을 밝힌 입장문을 실명으로 두 번이나 내며 홍 회장이 장자연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머니투데이 계열사 기자들이 사주를 감싸는 듯한 질문을 계속 던진 점이다. 그리고 왜 홍 회장이 나서지 않고 계열 언론사 기자가 대신 입장을 밝혔냐는 것이다. 기자의 입장문이 ‘지면 사유화’로 비치는 이유다. 기자는 사주의 대변인이 아니다.


언론이 사주를 옹호하거나 사주가 편집·편성권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안으로부터 언론 독립을 해치기 때문에 ‘사주 저널리즘’이란 말로 비판받는다. 한국 언론사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한편으로 일제 말기에는 친일의 흑역사가 있다.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는 조선, 동아 사주가 포함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두 신문은 사과 대신 반박하는 사설을 내보냈다. 우리나라 언론학자 대부분은 이런 ‘사주 저널리즘’의 뿌리를 외면해왔다.


조선일보나 TV조선에서 장자연 사건에 관한 진실 보도를 보려는 기대는 망상일까? 외국 사례는 부럽기까지 하다. 아마존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기사는 그 내용보다 제일 먼저 크게 보도한 매체가 놀라웠다. 워싱턴포스트였는데 그 신문과 아마존의 사주가 같다. 최근 아마존 사주의 이혼 사유가 불륜 때문이라는 사실도 그대로 보도했는데, 우리 언론은 언제쯤 이런 수준에 이르게 될까?


‘사주 저널리즘’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사주가 진실을 밝혀야 하고 언론은 사주에 관해서도 가차없이 보도해야 한다. 사장과 데스크에 옳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한 신문사에서 있었다. 지난달 경향신문 8년차 이하 기자들이 경영진과 편집국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그들의 입김으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기획 기사 등이 나가지 못했다는 성명이었다. 조직 내부의 갈등을 드러내는 것은 해결로 가는 디딤돌이다. 경향은 그런 진통 끝에 신뢰도에 금이 간 게 아니라 독자의 신뢰를 끌어올렸을 터이다. 한층 더 끌어올리려면 못 나간 것과 비슷한 기사를 자주 내보내면 된다. ‘사주 저널리즘’의 억압을 극복하는 길 역시 진실 보도에 있다.


※ 우리 언론이 ‘예비언론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요? 이 칼럼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번갈아 가며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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