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검사의 2주기

[스페셜리스트 | 법조]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나 너무 힘든데 어쩌지. 공황장애. 장기 사건들이 많은데 전임 검사가 38기라 사건이 엄청 빡빡한데 장기들이 쌓이다 보니 욕먹고 처리할려고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잘 안되고 피의자 수십명씩 달려있고 잘 모르겠고 이런 사건들이 천지라 욕들어먹으니 더 못하겠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들어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많이 난다” “살려줘. 잠도 잘 못잠 계속 깨고” “슬퍼 사는게” “자살하고 싶어”


시계를 2016년 5월19일로 되돌려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소속 A검사는 이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부장’ 밑에 들어간 지 반 년도 되지 않아서였다. 그의 유서엔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상사였던 부장과 고인 사이의 이상을 뒤늦게 감지한 검찰의 내부 감찰이 시작됐다.


동료 검사들은 옆에서 본 내용을 감찰보고서에 썼다. “김 부장이 고인에게 큰 소리로 ‘3개월이 지난 사건 보고 했느냐 안했느냐’고 반복하여 다그쳤다…고인은 테이블에 거의 닿을 정도로 고개를 완전히 푹 숙이고, 땀까지 흘리면서 손으로 앞머리 부분을 만지는 행동을 반복했는데, 그렇게 혼나고 나면 고인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후배 검사인 제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김 부장’은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폭행도 가했다. ‘김 부장이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고인의 등짝을 하프스윙 하는 것처럼 내리쳤다. 맞은편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김 부장이 등을 때릴 때 너무 세게 때려서 고인이 아파서 어깨를 붙잡고 흠칫했다. 고인이 맞는 순간 몸이 옆으로 휘청했고, 맞은 다음 팔로 어깨 부분을 감싸면서 아파했던 표정이었다. 격려나 장난스럽게 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힘 실어 때리는 것이었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고인이 소천한 지 얼마 안 되어 검찰은 부하 직원들에게 폭행과 욕설을 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17건의 비위를 근거로 ‘김 부장’을 해임했다. 권선징악일까. 아니다. 제대로 된 끝맺음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검찰의 조폭적 상명하복 문화가 일소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완 멀다. 소속원이 폭언과 폭행에 못 이겨 자살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못 버티겠으면 걔(A검사)처럼 죽든지’ ‘너도 카카오톡에 올릴 거냐’는 폭언이 들린다. 검찰 내부에 아직 수많은 ‘김 부장’들이 남아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국법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공·사생활에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고 명예롭고 품위있게 행동해야 하며, 하급자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고, 하급자에 대하여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 수많은 ‘김 부장’들이 신경도 쓰지 않을 검찰윤리강령은 적어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곧 A검사의 2주기다. 다시 한 번 A검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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