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시대적 소명이 끝날 때 사라진다

[글로벌 리포트 | 미국]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손재권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 “이제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할 때다.”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한 크리스 휴즈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이 같은 주장이 담긴 장문의 기고문을 게재해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큰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 가짜뉴스 확산 등에 문제가 있으니 정부가 규제해야 하고 심지어 인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크리스 휴즈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페북 해체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크리스 휴즈는 저커버그 개인은 물론, 페이스북을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이기 때문에 무게가 실렸다.


휴즈의 기고문에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저커버그가 클릭에만 초점을 맞춰 경쟁사를 누르고 성장에만 집중했다”라고 꼬집은 부분이었다. 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이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주최한 연례개발자대회(F8)에서도 느낀 점이었다. F8 2019에서 저커버그는 “미래는 프라이빗이다”고 외치면서 이용자 보호에 앞장설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것은 정보 보안이나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겠지만 성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었다.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제왕적 경영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공감했다. 그는 지분 28.2%를 가진 페이스북 1대 주주이자 회장이자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다. 페이스북 내부에서 그 누구도 저커버그의 의견과 판단을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와 초기에 사업했던 멤버들, 인수합병했던 기업의 창업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그가 22억명의 이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나 그 어떤 기관도 그의 위에 없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견제와 균형, 건강한 의사결정 구조를 위해 이사회 의장 자리와 CEO 자리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 의견도 많지만 저커버그는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휴즈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2020년을 바라보는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페이스북의 문제를 구시대(20세기)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해체하라”고 주장하며 꼽은 반독점 사례인 ‘스탠다드 오일’은 약 100년 전인 1911년, AT&T는 35년 전인 1984년 해체됐다. 석유와 통신이라는 정부에 의해 자원이 분배된 사업으로 인한 독점과 오늘날 ‘데이터’에 의해 나온 독점이 같은 사례일 수는 없다.


21세기 독점을 유발하는 ‘디지털 데이터’는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자는 더 없게 되는 특성이 있다. 페이스북을 3개로 쪼개면 독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3개의 페이스북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필요 이상의 규제와 해체론은 페이스북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디지털 사업의 문턱을 높여서 페이스북에 대한 도전을 무너뜨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독점을 유발한 미국 정부의 실수”라고 꼽은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도 동의할 수 없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던 가격인 1000억달러에 인수했던 2012년에는 인스타그램 설립 2년이 되지 않았고 변변한 매출조차 없던 시기였다. 인스타그램이 처음으로 ‘나이키’로부터 광고를 받아 겨우 돈을 벌려 했던 시기에 저커버그가 거절할 수 없는 금액에 인수를 제안, 성사된 것이다. 2014년 190억달러에 인수했던 왓츠앱도 당시 전체 직원이 20명이 되지 않은 스타트업일 뿐이었다. 미국 정부의 실수가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가능성을 몰라봤던 페이스북 경쟁자들과 서둘러 자금을 회수하려했던 벤처캐피털의 실수다.


페이스북 해체론은 거꾸로 페이스북 내부 직원들을 단결하게할 뿐만 아니라 대내외 존재감과 지위를 높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은 정부나 정치권의 힘이 아닌 시대적 소명이 끝날 때, 재미가 없을 때, 비즈니스 기회를 놓칠 때, 이용자들에게 외면당할 때, 사라지게 된다. 마이스페이스나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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