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탐사보도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신융아 서울신문 탐사기획부 기자 / 취재보도2부문

신융아 서울신문 기자. 안락사를 주제로 기획안을 낸 건 지난해 9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 기사가 나간 직후였습니다. 간병살인에 이어 또다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기가 참으로 무겁고 막막해 솔직히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실 안락사 문제는 간병살인 시리즈의 기획 단계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뒤로 미뤘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가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 안락사 논의가 필요하다는 많은 댓글을 보면서 더 이상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고,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2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오랫동안 기사를 쓰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이 화제성 뉴스에 그치지 않고 죽음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되려면 국내외 임종 실태를 심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취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5개월에 걸친 취재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매 순간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독자로부터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병살인 기사가 내 가족의 문제를 다뤘다면, 존엄사는 나 자신의 문제를 다룬 것이어서 더욱 먹먹했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안락사를 고민하는 분들로부터 전화와 메일도 받았습니다. 자식에게도 하지 못한 속 얘기를 기자에게 털어놓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사가 나오기까지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음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을 거라며 친구의 안락사 동행 과정을 솔직하게 전해준 케빈에게 고맙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 안락사를 선택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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