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이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주는 청룡봉사상 폐지 논란으로 번졌다. 장씨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 진상조사단이 만장일치로 ‘청룡봉사상 경찰 특진 폐지’를 권고한 것을 계기로 불이 붙었다. 18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은 조선일보에 내준 1계급 특진 인사권을 환수하라며 특진 폐지에 힘을 보탰다. 경찰이 접대 의혹의 당사자를 조사하려고 조선일보사로 출장 조사를 나간 일이 짬짜미 의심을 갖게 했다. ‘조선일보 눈치보기’ 수사였다는 따가운 눈총이 경찰로 향했다. 왜 경찰은 넙죽 엎드렸을까. 경찰과 언론이 청룡봉사상으로 끈끈하게 맺은 동맹에 시선이 쏠렸다. 상이 처음 제정된 1967년부터 40년 넘게 이어온 권언유착이 ‘법 위의 카르텔’을 작동시킨 힘이 아닌가.
언론보도를 보면 장자연 사건 당시 경찰청장이 “방 사장 조사를 꼭 해야 하느냐”는 조선일보 측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누구든지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것은 권리이다. 특권으로 비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을 때다. 일반인과 다른 잣대로 법이 행사될 때 의심이 싹튼다. 경찰의 출장 조사가 ‘황제 조사’라 불리며 비판받는 까닭이다. 청룡봉사상으로 불똥이 튄 것은 이처럼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는 언론이 스스로 권력화한 데 있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넘어선 권한 남용에서 비롯된 탓이 크다.
언론이 공적을 심사해서 경찰에게 상을 주고, 수상자가 1계급 특진을 하는 인사특혜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의 적폐다. 권력기관이 자신의 정당성이 부족하자 언론의 외피를 빌려 상을 주고, 언론은 특진이라는 도구로 권력기관에 영향력을 키우려는 이해가 일치한 결과물이다. 불순한 시작은 상의 명예를 추락시킨다. 수상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이 훼손된다. 경찰청도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청룡봉사상을 폐지하며 이렇게 발표했다. “정부 기관의 고유권한인 인사 평가를 특정 언론사의 행사와 연결하는 것은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사 원칙의 문제에 있어서도 적절치 않다.” 이명박 정부 때 부활했지만, 청룡봉사상이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청룡봉사상뿐만이 아니다. 언론사가 주관해 공무원에게 특진 혜택을 주는 상이 여럿 있다. 중앙일보가 지방공무원에게 주는 ‘청백봉사상’, 동아일보와 채널A가 경찰·소방공무원·군인에게 수여한 ‘영예로운 제복상’, SBS가 공무원에게 주는 ‘민원봉사대상’이 있다. 이외에도 KBS가 소방공무원에게 ‘119 소방상’을, KBS와 서울신문이 교정공무원에게 ‘교정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모두 1계급 특진을 부여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공로에 대해 정당하게 수상하는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언론이 주는 상이 영예의 상징이 되는 일은 언론으로서도 명예로운 일이다. 문제는 공무원에게 중요한 계급 특진에 언론사가 개입하는데 있다. 민간이 국가기관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상을 수여하는 것이야 언론사 자율이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 노벨상이 명예의 상징이 된 것은 심사 외에 어떤 권한도 행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언론사가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상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계급 특진부터 폐지해야 마땅하다.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은 외부인으로 꾸려야 한다. 이참에 언론이 먼저 ‘특혜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면 어떨까. 상을 제정한 취지가 더 살아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