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하나 된 캐나다

[글로벌 리포트 | 캐나다] 김희원 한국일보 부장

김희원 한국일보 부장. 최근 몇 주 캐나다인들은 꿈을 꾸었다. 온 나라가 열기에 들떠 하늘을 날았다. 절정의 순간은 물론 지난 13일, 미국프로농구(NBA) 2018-2019 시즌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린 그 때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홈 경기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토론토 랩터스가 마침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4 대 110으로 누르고 새로운 챔피언이 된 순간, 토론토 스타디움에 모여 함께 관전한 수천명의 시민들, 어린 자녀도 재우지 않고 TV 중계를 함께 지켜본 많은 가족들이 전국에서 환호했다.


이날 밤 토론토 시내는 해방구가 됐다.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새벽까지 어깨를 걸고 함성을 질렀다. 마주치는 사람들끼리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격정을 참지 못해 신호등 위로, 버스정류장 지붕에 오르는 이들이 빠지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낯설지 않은 희열의 밤이 여기 있었다. 평소 삶의 페이스가 심하게 느긋하고 경쟁에 목 매지 않는 캐나다인들의 모습에 비춰 이런 열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나의 오산이었을 뿐이다.


흥분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언론은 선수들의 귀국장면 등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미래의 NBA 우승컵을 향해 달릴 꿈나무들을 조명하고 있다. 17일 토론토시 도심에서는 우승을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열렸고 TV로 생중계됐다. 존 토리 토론토시장은 200만명 정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퍼레이드에 앞서 “차는 집에 두고 나오고 모두들 퍼레이드에 참석하자”고 독려했다.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은 실로 역사적이다. 창단 24년만의 첫 성과고, 70여년 NBA 역사에서 미국 외의 연고지 팀이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격한 흥분을 이해할 만도 하다. 더욱이 주요 스포츠리그에서 캐나다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게 너무나 오랜 만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1993년을 회고하고 있다. 그 해에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몬트리올 캐네디언스가 우승해 스탠리컵을 가져왔고, 프로야구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아이스하키 우승과 월드시리즈 우승 사이에 태어난 내 아이가 지금 성인이 되고도 남았다’고 말하고 있으니, 영광의 그 시절은 30대 이상에게나 아스라하게 남은 기억이다. 그 이후론 캐나다 국기 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조차 결승전에 나간 일 자체가 드물고, 캐나다인(제임스 네이스미스)이 만든 스포츠인 농구에서는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토론토를 사랑한다” “캐나다가 자랑스럽다”는 외침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지난달 30일 챔피언 결정전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점점 더 많은 응원객들이 모여든 토론토 쥐라식 파크에선 캐나다 국가를 합창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토론토와 경쟁 관계인 몬트리올에서, 그리고 핼리팩스에서도 똑같은 장면들이 재연됐다. 스포츠를 통해 대통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국민도 비슷한 시기 폴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과 함께 꿈 속을 걸었다. 비록 마지막 승부에서 이기지 못해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이 쓰는 축구대표팀을 목격하며 행복했고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노력과 헌신, 집념을 바라보며 감동했다.


국가주의, 연고주의와 결합된 스포츠 마케팅이 정치적이거나 구시대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시대지만, 여전히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허상과도 같은 공동체 의식을 손에 잡히는 실체로 바꾸는 마력이 있다. 그 마술의 힘에 지금 캐나다가 빠져있다. 농구를 통해 하나가 된 캐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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