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조선일보가 정정보도를 냈다. <수업시간 ‘퀴어축제’ 보여준 여교사…그 초등교선 “야, 너 게이냐”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2017년 8월25일 게재되었는데, 헤드라인부터 악의적으로 왜곡되었다. 정정보도문을 보면 첫 보도는 가짜뉴스 수준이다. 해당 교사가 초등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사실과, 허위사실로 밝혀진 ‘부적절한 언행’,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일부 학부모의 주장’을 섞은 배치에서 이 기사의 의도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교사의 인격과 발언의 신빙성을 훼손하고,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반발을 조장하려는 것이다.
왜곡보도만큼 심각한 문제는 정정보도에 대한 언론사의 태도였다. 지난해 10월, 해당 교사는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는 대신 지난해 11월에 항소했다. 지난달 19일 강제조정이 확정되어 정정보도가 실릴 때까지 꼬박 1년 10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동안 해당 교사는 악성 댓글, 일부 학부모의 민원, 보수 학부모 단체의 고소(무혐의 처분)등에 시달렸다. 왜곡 보도가 처음 논란을 유발했다면, 늑장 대응은 괴롭힘이 ‘허용’되는 기간을 연장해서 피해의 규모를 키웠다. 사실상 폭력을 부추기고 방관한 셈이다.
해당 교사는 학교에 복직했고 마침내 정정보도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을 지켜보고 지지한 이들이 더 큰 용기를 얻을 만큼 의연한 행보였다. 지난한 싸움에는 으레 그렇듯, 타인이 결코 나누거나 이해할 수 없는 당사자만의 몫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이 결과를 ‘승리’나 ‘이겨냈다’고 표현하지는 못하겠다. 왜곡 보도 및 정정보도 거부는 개인이 강인하고 현명하게 대처한 것과 별개로, 그 자체로 잘못이자 폭력이기 때문에 규탄해야 한다고 말할 뿐.
한국기자협회의 윤리 강령에는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 잡는다”라는 항목이 있다. 이 신속히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더라도, 1년 10개월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실 관계가 틀린 기사, 나갈 수 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에 심취한 나머지 펜을 칼로 휘두르는 사람, 기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왜곡 보도가 양산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정정보도는 그 중 가장 기본적이고, 오보에 비해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다.
대형 언론사가 개인 상대로 시간을 끌 때 버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단 나부터 자신 없다. 팩트체크만큼이나 이미 쓴 기사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누구나 왜곡보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적절한 대처와 정정보도의 권리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기사를 선별하는 필터링 프로세스와 보도 윤리 강령 준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