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충돌에서 승리하려면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북한학 박사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2019년 7월4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안보와 관련한 수출 관리 조정이라고 하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일 관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중대 도발이다. 그런데, 우리 대응을 보면 효과적이지 않은 양태가 노출되면서 우려감도 적지 않다. 몇 가지만 적어보자.


1. 이번 외교 충돌에서 적군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부에서 아베 총리를 제쳐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무능 논란은 적전 분열을 초래하고 아베 총리를 도와주기 때문에 전쟁 이후로 미루는 것이 당연하다.

       
2. 한일 충돌 국면에서 ‘토착왜구’ 용어가 확산하는 것도 적전 분열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공격 역량을 약화시킬 뿐이다. 특히 ‘토착왜구’ 용어는 과거 ‘좌경빨갱이’ 프레임으로 합리적 토론을 말살했던 오류를 재연시킬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큼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3.일본 상품 불매 운동은 일본의 보통 국민이나 기업을 적대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그들이 아베 총리 정책을 심정적으로 반대하도록 도와야 한다. 전선을 불필요하게 확대하는 것은 하책이다. 적군을 고립하는 것이 상책이다.

      
4. 일본 외교 특징은 실리주의다. 강대국에 약하고, 약소국에 강하게 대응하는 것도 당연시한다. 도덕과 명분을 이유로 불특정 다수 일본인을 향해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혐오감이나 적개심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5. 아베 총리의 결심 배경은 기본적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자국 기업 보호로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참의원 선거 활용이나 일본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전략이라는 시나리오에 집착하면 정확한 대응 전략 수립을 방해할 수 있다.


6. 일본이 부강한 나라지만, 전지전능한 나라는 아니다. 집단주의 성향과 권위주의 질서가 견고하고, 소수 엘리트가 정책 결정을 독점하면서 최고 지도자의 중대 오판이 자주 발생한다. 일본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가정하면 대응 전략 수립에서 오류를 피할 수 없다.


7. 미국의 중재 가능성은 가변적이다. 과거 미국 행정부는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심이 적다. 미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아군과 적군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적군은 줄이고 아군은 늘리는 것이 전쟁 승리의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면 신속하고 깔끔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쟁을 정적 파괴의 기회로 여긴다면 패배와 공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