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못 받고…티슈처럼 쓰고 버려지는 10대 노동자”

[인터뷰] ‘10대 노동 리포트 기획’ 서울신문 사건·교육팀 기자들

박지은 기자 | 2019.07.31 15:09:00

지난 25일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난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기획을 쓴 기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민도, 김지예, 고혜지, 홍인기, 박재홍 기자.

“나는 뽑아서 쓰고 버려지는 존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앳된 10대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자조하며 말했다. 서울신문 기자들이 10대 노동자들의 처지를 ‘티슈노동자’라고 한 이유다. 박재홍·홍인기·김지예·기민도·고혜지 기자는 22편 기사로 이뤄진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 기획을 통해 열악한 청소년 노동 실태, 노동 인권교육 부재,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에서 겪는 차별 등 10대 노동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10대 노동 리포트 기획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일하고 있거나 구직 중인 10대 5명의 일상을 3주 동안 관찰해 청소년들의 노동권 침해 사례를 파악한 점이 대표적이다. “2~3일에 한번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종합해 관찰기로 정리했어요.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부터도 참 어렵구나’라고 생각했죠. 생계 등을 위해 알바 지원을 정말 많이 하지만, 연락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고 겨우 사업장에 가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고 주휴수당도 없다고 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기민도)


이번 기획이 10대 노동 현장과 노동 인권 교육문제까지 다뤄진 것도 교육팀 소속인 박재홍 기자와 사건팀 기자 4명이 협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비공개 보고서인 ‘서울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입수하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산업재해 신청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3025명의 10대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쳤고, 절반 이상이 임금 체불, 욕설 등 노동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특히 전국 중·고교생 570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 인식 설문조사와 청소년 10명 심층 인터뷰는 박재홍 기자의 공이 컸다. “청소년들의 사례나 3주 관찰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객관적으로 입증해줄 수 있는 데이터를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려니 막막했죠. 다행히 박재홍 선배가 교육부에 협조를 구해 여러 학교와 청소년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가 아니면 절대 못 했을 거예요.”(홍인기)


사전준비부터 본격적인 취재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 사회부 속성상 매일 다른 기사도 써야 해 기획 하나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취재해 애를 먹기도 했다. “배달 노동자인 청소년을 취재했는데 이 아이들은  콜이 들어오면 얘기하다가도 가야했어요. 성인 취재원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데 확실히 청소년들은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죠. 10대들이 말하는 날 것의 이야기를 잘 직조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었어요.”(김지예)


기자들은 10대 노동자들을 위해 교육 제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 실습 문제를 주로 취재한 고혜지 기자는 “학생들이 실습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 맞지 않는 걸 가르치고 현장에 보낸다든지, 현장에서 다치고 부당대우를 받아도 방치하고 그렇게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취업률 떨어지면 어떡하냐며 책임을 돌리는 어른들이 많았다”며 “어른들이 무책임할 수 없게끔 제도를 꼼꼼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년에 새로운 교육과정이 논의됨에 따라 기자들은 앞으로도 사안을 지켜볼 예정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일단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건 분명 교육을 통해서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송태수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신성호 전국사회교사모임 연구위원과 중·고교 사회·경제 관련 교과서 25종을 분석해보니 노동 분야가 교육과정에 대부분 들어있지 않았죠. 교육과정이 개선되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 진출했을 때 자신의 노동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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