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의 '작은 흑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글로벌 리포트 | 영국]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플랫폼이 추천하는 기사를 읽는 시대,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며 한 번쯤 몸살을 앓아보지 않은 기성 매체는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스의 디지털 유통이 본격화되면서 그에 대한 투자는 늘고 기성의 광고는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는 지난 2월, 구글과 페이스북이 올해 영국 온라인 광고 매출의 63.3%를 가져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각 38.8%와 24.5%의 점유율을 기록해 57억 파운드, 36억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수입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두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과반을 나눠 갖는 복점(Duopoly) 구조는 2016년부터 영국 내에서 정착됐다.


이러한 문제는 신문산업의 광고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뉴스를 생산하지 않은 플랫폼 기업이 유통 과정에 깊숙이 들어와 막대한 광고 매출을 올린다. 미국발 두 ‘공룡’ 기업이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잠식하는 동안 영국의 기성 신문사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장의 파이를 가져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온라인 광고 유치와 유료 구독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뉴스 웹사이트의 혁신이 필요했고, 당연하게도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인력 창출이 있어야 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빠른 방법은 기자를 포함한 기존 출판 인력을 해고하는 것이었다.


2011년부터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내세운 가디언 역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기자 인력을 줄여 왔다. 2011년부터 자발적 정리해고를 신청 받았고 2016년에는 100명의 기자를 포함해 비편집부 인력까지 모두 250명을 해고했다. 가디언 역사상 최초의 강제 해고였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는 가디언이 공익법인인 스콧 트러스트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가디언의 전설적인 저널리스트이자 오랜 시간 편집국장으로 활약했던 C.P. 스콧의 유가족이 만든 법인인 ‘스콧 트러스트’는 경영진으로부터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해왔으며 2011년부터 디지털 전환으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었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의 적자가 장기화되고 온라인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시장 잠식이 우려할 수준이 되자 가디언도 결국 칼을 빼어 든다.


물론 가디언이 기울인 노력이 인원 감축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언어적 장벽이 없는 미국과 호주 같은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온라인 온리’ 서비스에 힘을 쓰는 한편 ‘디지털 유료 구독자 확보’와 같은 상품 판매보다 고품질 탐사 보도에 대한 후원을 호소했다. “편집에서 독립적인” 신문사라는 점을 강조한 캐치프레이즈를 기사 아래에 배치, “어떤 금액이라도 상관없다”며 후원을 독려했다. 독자들은 기사에 링크된 결제창을 통해 일회, 매달, 연간 세 가지 방식으로 적게는 2 파운드에서 50 파운드 이상의 금액을 내고 있다.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지난 7일 가디언은 2018년 매출을 집계한 결과, 80만 파운드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2017년)에 1900만 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가디언은 그 비결을 뉴스 웹사이트에서의 후원 규모가 급증한 데 있었다고 밝힌다. 지난해 가디언의 정기 후원자는 65만5000명, 일회성 후원도 30만 건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이 후원을 포함한 디지털 수입은 56%를 차지, 종이신문(43%)을 능가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올리는 수십억 파운드의 매출과 비교하면 80만 파운드, 한화로 약 12억에 불과한 가디언의 흑자는 작은 성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이 계산할 수 없는 독자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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