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체계 바꾼 고유정 부실수사

[제347회 이달의 기자상] 고상현 제주CBS 보도제작국 기자 / 지역취재보도부문

고상현 제주CBS 기자. “형이 어떻게 된 걸까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피해자 남동생을 처음 만난 건 고유정이 긴급체포 되고 제주로 압송되기 직전이다. 그때 남동생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충혈된 눈, 상기된 표정, 그리고 일말의 희망…. ‘고유정 사건’을 최초 보도한 후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 특히 실종신고 이후 경찰이 기민하게 대응했다면 시신 유기와 추가 훼손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고든 이유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경찰이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유리한 내용만 답변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유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범행 현장 인근 주민을 만나 초동수사 과정에서 수사가 어땠는지 취재했다. 실종신고 이후 탐문 수사가 적절했나 확인을 위해 현장 인근 길의 형태, CCTV 위치 등을 지도로 그렸다. 수사 담당자를 쫓아다니며 질문했다. 경찰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유족이 찾아준 주택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강력사건 수사에 나선 사실,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린 정황, 압수수색에서 계획범행의 중요 증거인 졸피뎀 약봉지를 놓친 사실 등의 부실수사 문제를 보도했다. 현장에 머물며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다. 경찰청 차원의 제도개선도 이끌었다. 수상 소식을 접한 피해자 남동생이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기자님 덕분에 힘낼 수 있었고,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오랜만에 기쁜 소식에 웃을 수 있었다고.’ 기자 일을 시작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힘이 돼줄 수 있는 기자가 되자고 다짐했었다. 아직 기자 초년병이지만, 어떤 때보다 보람을 느꼈다. 이 초심을 잃지 않고 기자 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