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취재원 편드는 언론 환경

[언론 다시보기]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뉴스에 특정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은 편집국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주요 내부요인은 뉴스 가치 판단과 편집 정책이다. 외부 요인은 기자 개인의 정치적 성향 및 가치관, 언론사의 정파적 성향, 언론사 경영 환경,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에 대한 인식, 단독과 특종을 위한 언론사 간 경쟁, 포털 사이트 클릭 수 경쟁, 사회 분위기 등 매우 다양하다.


언론사의 뉴스 가치 판단을 추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정치적 이슈를 전하는 기사가 차지하는 분량을 계산하고, 사실보도와 의견기사의 지배적 내용과 논조를 분석하면 된다. 외부 요인을 확인하는 게 녹록하지 않지만, 이 또한 기사의 지배적 내용과 기사에 인용된 취재원 현황을 비교하여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체계적인 내용분석을 실시하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없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 관련 보도 내용은 언론사 간에 차이가 없다.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관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해석, 그리고 진보언론과 보수언론 모두 유사한 취재 및 보도 관행을 공유하므로 차별적인 뉴스 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필자는 후자의 해석에 동의한다. 생활기록부를 공개하면서 영어 내신성적과 영어 실력을 등치시키는 야당 의원의 억지주장, 그리고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는 동양대 총장의 일방적 진술 등의 진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다.

 
후보자 자격 검증 관련 보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관급 내정자는 모두 여덟 명이었지만 법무부 장관 내정자를 제외한 여타 내정자에 관한 뉴스를 찾기 힘들었다. 야당의 “한놈만 팬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취재와 보도 영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둘째, 권력 감시 책무를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보도의 정확성을 간과했다. 정파적 취재원의 의혹 제기를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인용 저널리즘” 및 “받아쓰기 저널리즘” 관행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셋째, 절차적 정당성과 기회의 공정성을 바라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법무 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에 지나치게 주목한 나머지 정작 후보자 자질 검증에는 소홀했다.


부적절한 보도행태는 언론 환경에서 기인한다. 출입처 제도와 엘리트 취재원 의존 관행은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따옴표 저널리즘을 언론 관습으로 변질시켰다. 아울러 시민의 포털 뉴스 소비 습관은 언론사를 클릭 수 경쟁으로 내몰아 단독보도, 단일 취재원을 활용한 단순 사실 보도,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고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는 선정 보도를 일삼게 했다.


정치인들은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는 의혹을 제기하여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한다. 부적절한 뉴스생산 관행과 언론사 간 치열한 경쟁이 시민 대신 정파적 취재원을 편드는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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