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고 지난 9일 장관으로 임명하기까지 한 달 동안 언론의 검증보도는 가히 ‘조국 사태’로 불릴만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두 차례 유급했지만 6개 학기 연달아 모두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는 보도로 촉발된 언론의 의혹 제기는, 조씨가 고등학교 재학 중 단국대 의대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면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보도로 이어지면서 전 언론의 취재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지소미아 문제, 독도방어훈련 문제 등 조 후보자 검증과 비교해 결코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는 뉴스들도 ‘조국 뉴스’에 묻혔다.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딸 조씨의 논문과 부정입학 의혹 △조 후보자의 동생과 웅동학원 간 소송 △조 후보자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의혹 등 전방위적이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명 이후 한달 동안 조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2만3743건에 달했다. 세월호 참사(6만1238건)나 최순실 국정농단(5만574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로는 드문 일이었다. 언론이 눈길을 끌 수 있는 키워드로 클릭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는 점에서 최대 관심사인 조 후보자 중심으로 보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 해도 보도가 과열됐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물론 언론도 조 후보자에 대해 공세적인 검증보도를 할 명분은 충분히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 후보자는 단지 일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이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필생의 과업으로 여겨온 ‘검찰 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며 잠재적인 대권 주자라는 점, 그 어느 부처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무부의 수장 자리에 지명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관심 집중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
여하튼 지난 한달 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뤄진 조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한국 언론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여줬다. 언론이 조 후보자 딸의 진학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에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강남좌파’의 위선적 태도를 폭로한 것,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공정성’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각된 점은, 의도됐건 그렇지 않았건 이번 사태가 낳은 긍정적 결과다. 반면 일부 언론은 정파성에 치우친 보도, 흥미 본위의 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보도 등을 남발하면서 역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의전원생인 조 후보자의 딸이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는 뉴스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반일 감정을 부추키는 듯한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일본제 볼펜을 사용했다며 이를 비아냥대는 뉴스 등은 언론에 대해 높아진 기준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다.
취재 현장의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 여당이 밀어붙인 이벤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조 후보자의 의혹을 적절히 추궁하지 못한 점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냉소를 보낸 점은 우리 언론이 뼈아프게 받아들일 지점이다. 조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이던 여론이 언론의 과잉보도에 질려 다시 조 후보자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의 본령인 권력감시는 어디까지인지, 어디에서부터가 과잉보도인지, 이번 ‘조국 사태’는 한국 언론의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