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라이브 석 달 만에 기로에… 방송직군 성명

영상부문장 사퇴 요구 "불통과 고통으로 유지"
성명 나온 후 노조·기자직도 지지 표명

한겨레신문이 야심차게 시작한 ‘데일리 라이브 뉴스’가 론칭 3개월 만에 중대 기로에 섰다. 방송제작 실무진이 “한겨레 라이브는 불통과 고통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영상부문장 사퇴 등 현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겨레가 유튜브 기반의 데일리 라이브 시스템 구축을 전략 사업으로 내세워온 만큼 디지털 영상 콘텐츠 전반에 대한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한겨레 영상부문 방송직군(피디·기술) 일부 구성원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어 “우리는 지금이 한겨레 영상팀 십여 년 역사에서 가장 큰 혼란과 고통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원인은 출범 3개월을 넘긴 ‘한겨레 라이브’ 체제”라며 “구성원들은 대체 이 방송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하루하루 타율적으로 일해 왔다”고 호소했다.


성명에 언급된 내부 문제는 팀원들의 의견이 윗선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 소통 부재로 인한 라이브 방송 제작의 어려움, 부족한 인력, 업무 자율성 저하 등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해 ‘데일리 라이브 뉴스를 추진하자’는 결정이 내려질 당시 영상팀 구성원 다수는 반대했다. 그러나 회사는 아랑곳 않고 밀어붙였다”며 “당시 반대 이유들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부에는 우리 영상부문에 어마어마한 인적 투자가 몰려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데일리팀의 경우 뉴스 자료 그래픽을 챙기느라 외부 촬영 가능한 인력은 하루 한 명꼴”이라며 “데일리 뉴스 자체가 엄청난 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한겨레로서는 많은 투자라 해도 이 일을 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업무 지속성이 있는 것인지 우려와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정규 방송을 시작한 한겨레 라이브는 종이신문의 데일리 방송 뉴스 도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유튜브 혁신 펀딩’의 일환으로 JTBC와 함께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 구글로부터 25만달러를 지원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겨레 유튜브 뉴스의 주요 타깃을 신문 구독층과 동일한 이른바 ‘오진남’(50대·진보·남성)으로 설정하고, 프로그램 포맷을 ‘정통 TV 뉴스’로 택한 것, 라이브 방송 시간을 오후 6시로 정한 것 등을 두고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영상부문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한 구성원은 “처음 취지는 내일자 한겨레 1면에 실릴 기사를 라이브 뉴스로 먼저 내보내자는 거였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의도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방향을 전환하면 되는데 위에선 이유 없이 데일리 라이브만 고집했다”며 “안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변화하자는 내부의 목소리가 안 먹히니 성명까지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국 기자들과 노조도 각각 성명과 입장문을 발표해 영상부문 구성원에게 힘을 보탰다. 한겨레 기자 50여명은 지난달 30일 “현재 영상부문의 상황은 한겨레 내부 소통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또 다른 징후다. 사내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며 “실무 구성원 모두가 라이브 체제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라이브를 강행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구성원 앞에서 먼저 설명하고 설득해 달라. 한겨레의 영상콘텐츠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내외부 비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영상부문 구성원은 지난 1일 오후 박용현 편집국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한 배경과 요구 사항을 박 국장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영상부문의 또 다른 구성원은 “그동안 겪었던 일들, 내부 소통에 문제를 느끼게 된 과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 국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상부문의 비전과 구상을 정리해달라고 했다”며 “성명에서 밝힌 대로 현 영상부문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구성원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겨레 영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 후에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데일리 라이브 뉴스는 1일부터 기존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고 당분간 국회 국정감사 등 현장 생중계 영상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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