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와 이동현

[스페셜리스트 | 스포츠] 양지혜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양지혜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LG트윈스 구단에 “누가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면 선수 두 명 이름이 나온다. 김현수와 김용의. 김현수는 익히 알려진 그 김현수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고 메이저리그도 진출해봤던 한국의 간판 타자. 김용의(34)는 열혈 야구팬이 아니라면 모를 수도 있다. 그는 조연이다. 올해로 12년째 LG 유니폼을 입는데 붙박이 주전이었던 시즌이 없다. 학처럼 호리호리한 체격(키 187㎝, 체중 74㎏)에 빠른 발을 갖춰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주로 나선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1.5군 백업 1루수’가 그의 몫이다.


김용의를 지난 1월 일요일 아침 잠실야구장 체력 단련실에서 마주쳤다. 올 시즌 류현진(LA다저스) 곁을 지킨 김용일 트레이너를 인터뷰하러 간 것인데, 김용의가 있었다. 경기 없는 월요일에도 항상 나와 연습하는 까닭에 ‘야구장 경비원과 제일 친한 선수’라는 평판은 알고 있었지만, 비시즌 일요일 아침까지 텅 빈 훈련장에서 혼자 땀 흘릴 줄은 몰랐다. 그는 매일 2시간 이상 운동한다. 후배들에게 연습 배팅볼 가장 많이 던져주는 선배도 그다. 누가 보건말건 최선을 다한다. 노력만큼 반드시 결과가 뒤따르지 않는 것이 스포츠를 포함한 삶의 아이러니다.


LG 투수 이동현(36). 그는 2001년 LG에 입단해 19년간 쌍둥이 유니폼만 입고 701경기를 나갔고 지난달 29일 은퇴했다. 투수들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는 팔꿈치 인대 수술을 이동현은 세 번 받았다. 재활은 모든 운동 선수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시간이다. 소설 한 편을 자유자재로 쓰던 사람이 가나다 읽기부터 다시 배우는 처지가 된다. 이동현은 그걸 세 번 견뎠다. 이동현의 피나는 재활 과정을 잘 아는 차명석 LG단장은 은퇴식에서 그를 껴안고 울었다.


이동현은 이대호·김태균 등이 포진한 ‘1982년생 야구 황금세대’ 멤버였다. 촉망받는 신인이었던 2002년 불펜으로서는 기록적인 124이닝을 책임졌고, LG는 그 해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한국시리즈까지 내달렸다. 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동현은 찬란했다. 인대와 맞바꾼 그의 포스트 시즌 성적은 10경기 3승, 평균자책점 1.99. 팔꿈치가 탈났다. 또래들이 야구 국가대표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는 재활에 매진했다. 야구 인생이 뜻대로 안 풀렸지만 19년을 노력으로 정면돌파했고, LG 팬들의 박수 속에서 마운드를 떠났다.


몇몇 스타 선수보다는 김용의나 이동현의 야구가 우리의 삶과 더 닮았다. 세상을 뒤흔드는 특종보다도 사실 관계를 꼼꼼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본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툭하면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이는 한국 저널리즘을 위한 강속구가 된다고 믿는다. 이동현은 아들 이름을 ‘정후’로 지었다. 정후가 훗날 아버지를 대신해 LG 우승 꿈을 이뤄주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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