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향한 인신공격… 소통 막는 민주주의의 적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정치적 의견이 명확히 갈린 사안에 대한 보도는 늘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출고와 동시에 기사가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되고 실시간 댓글이 달리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압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독자의 지적에 귀 기울이는 겸손은 오래전부터 기자에게 요구되어왔던 덕목이다. 하지만 최근 기자들에 대한 조롱과 야유는 소통의 범위를 넘어섰다.


이번엔 법조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취재하고 있다. 수사에 대한 찬반이 갈린 채 수십만 인파가 모인 집회가 열리는 상황과 맞물려 법조 기자 상당수가 각종 협박과 인신공격성 댓글에 시달린다. 지난 8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이런 공격에 기름을 부었다. 유 이사장이 KBS의 조 전 장관 관련 기사가 사실을 왜곡했고 기자들이 검찰과 내통했다는 식의 말을 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KBS 법조기자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기자들의 전 직장이나 과거 활동이력을 찾아내기도 했다. 기자가 과거 가수 정준영씨와 함께 방송에 출연한 사진에는 “기자들 단체 대화방에서 성폭력 영상을 돌려봤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꼭 기억하겠다”, “밤길 조심해라”와 같은 협박과 욕설은 물론 외모비하와 인신공격성 발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에게 보낸 공격성 문자 메시지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이 인증 대열에 합류하고 기자들은 다시 문자 폭탄을 맞는다. 여성 기자에 대한 공격은 더욱 심각하다.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성희롱과 폭력적 언사가 난무한다. 성희롱은 이메일로, 댓글로 쏟아진다.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정파적 이해관계와 장단을 맞추는 현실이 서글플 지경이다.


지난 5월엔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담을 진행한 기자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인터뷰 진행의 적절성과 인터뷰어로서의 역량에 대한 비판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 댓글엔 악의적 비방과 인신공격, 성희롱이 적지 않았다.


올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출입기자가 비슷한 비난을 받았다.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주지 않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여쭙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나온 반응들이다.


더 심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으로 표현한 블룸버그 통신의 기자 이름을 밝히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기자 한 명을 향한 여당의 전례 없는 비난에 서울외신기자클럽은 곧바로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외신기자 역시 개인정보 유출과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만 했다.  


다양한 관점의 미디어 비평은 필요하다. 기자들을 향한 비난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 습관처럼 굳어진 취재관행도 손봐야 할 것이 많다. 기자들에겐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신상 털기식 공격과 협박, 성희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상이 기자든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마찬가지다. 인신공격과 성희롱 댓글은 비판과 반박, 통찰과 반성으로 이어지는 인터넷 광장의 소통을 구축(驅逐)한다.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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