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가수.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직업을 두고 대학 시절, 강경래<사진> 이데일리 기자는 고민했다. 가요제 출품을 위해 4곡을 작사·작곡까지 해놨지만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을 때 가수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기자가 된 지 16년. 가수의 꿈을 완전히 잊고 있던 그에게 지난 5월 ‘갑자기 죽으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강경래 기자는 “치질수술을 받고 일주일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다 그 생각이 들었다”며 “생각해보니 음악활동을 못해본 것이 가장 아쉬웠다. 해서 과거에 만들어놓은 노래 중 하나를 골라 다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강경래 기자의 첫 싱글앨범 ‘아픈 기억<작은 사진>’의 탄생 비화는 이랬다. 1998년에 만든 곡을 2019년 가을에 내놓자니 노랫말이 “닭살 돋아” 조금 수정하고, 40대 중반이 되니 도저히 음이 올라가지 않아 한 옥타브 음을 내려 겨우 녹음을 마친 정도의 얘기가 더 붙는다. 강 기자는 “90년대 록발라드 감성이 담긴 노래이자 유난히 아픈 기억이 많은 30~40대를 위한 노래”라며 “외환위기와 세기말 분위기 등으로 당시 젊은 세대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고, 가정을 도울 수 있는 일도 기껏해야 군대에 가거나 휴학하고 알바를 하는 정도였다. 아픈 기억은 이런저런 아픔을 간직한 그들을 위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곡을 내자 주위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뉴트로(New+Retro)’가 아닌 완연한 ‘레트로(복고)’ 곡이라 ‘90년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반응과 함께 30대에 프로복서 활동을 했던 그를 ‘복서 가수’로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퇴근길 단골 노래방을 찾아 목이 다할 때까지 노래한 덕분인지, 보컬이 예상보다 좋다는 반응도 많았다. 강 기자는 “모두 프로듀서가 잘 만들어준 덕”이라며 “지난해 말 먼저 음원을 낸 이광수 이데일리 기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기자에게 프로듀서를 소개받았는데, 한참 후배지만 저에겐 음악인으로서 선배이고 또 은인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혹시 가요제 출품을 위해 준비했던 다른 3곡을 공개할 생각은 있을까. 강 기자는 “기자 업무와 무엇을 병행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저 역시 급성위염이 와 밤에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두 달간 계속 아팠다”며 “지금으로서는 추가로 음원을 낼 엄두가 안 난다. 다만 이번 음원이 흥행을 하거나 오랜 기간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가 된다면 이전에 만들어놓은 3곡을 순차적으로 음원화 할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