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시작, 방향성 잡은 결말… 예상 뛰어넘은 BIFF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취재후기

김민정 국제신문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2일 열흘간의 항해를 마치고 폐막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 축제인 줄은 알았지만 취재를 통해 들여다본 BIFF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규모를 짐작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수치를 들어보자면 올 BIFF에서 18만9116명이 85개국 299편의 영화를 6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즐겼다. 야외무대 인사 등 70여 번의 주요 행사가 열렸고 관객과의 대화(GV) 같은 작은 행사는 셀 수 없이 많이 진행됐다.


이 같은 규모의 행사를 치르면 크고 작은 돌발 변수가 거듭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취재진도 덩달아 급박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개막식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18회 태풍 ‘미탁’이 들이닥친 탓이다. 지난해 개막 직후 태풍 ‘콩레이’가 덮쳐 해운대 해수욕장에 세워진 야외 행사 무대 비프빌리지가 큰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개막식부터 태풍의 위협을 받은 것은 드문 일이어서 BIFF와 취재진 모두 태풍 경로를 예의주시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24회부터 비프빌리지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광장으로 옮긴 상태였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게스트 참석 여부.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결항해 개막식의 주인공인 영화인들이 참석하지 못하면 식이 무산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개막식 하루 전인 지난 2일 남포동 BIFF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전야제는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개막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더욱 높아지던 와중 ‘특급 수송 작전’이 행해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KTX 5량을 전세 운행해 항공 탑승 예정이던 300여 명의 게스트를 이동시킨다는 것이었다. BIFF의 기지와 코레일의 배려가 합쳐진 결과였다.


산 넘고 산이라 했던가. 태풍 문제는 지났지만 또 다른 난관이 BIFF 앞을 가로막았다. 공식본부로 운영되는 호텔 노조가 개막식 당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BIFF 내부에서는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결국 해당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각종 행사를 모두 다른 호텔에서 치르기로 했지만, 260여 개에 이르는 객실을 한 번에 옮길 수는 없었다. 지역 최대의 축제에 초대된 게스트들이 불편을 겪게 되면 부산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 사안이 심각해지면서 취재진 역시 함께 긴장했지만 개막식 오후 파업이 철회돼 BIFF는 다시 한 번 고비를 넘겼다.



BIFF는 올해를 재도약의 해로 선포했다. ‘다이빙 벨’ 사태로 지난 4년간 정상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BIFF는 쇄신이라는 용어가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감행했다. 이용관 BIFF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큰 변화만 해도 10가지가 넘는다”고 할 정도였으니 태풍, 파업 같은 돌발 변수 외에도 취재진이 집중해야 할 점들이 많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시도는 커뮤니티 BIFF 확장. 지난해 중구 남포동·광복동 일대에서 프리페스티벌 형식으로 시작한 커뮤니티 BIFF는 관객·시민 친화형 공동체 축제다. 작년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영화 외에도 음식, 인문학 등 일반인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장르의 행사를 마련해 관객층 확대를 꾀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문화 애호가들의 발걸음도 이어져 BIFF 발상지인 남포동에 활기가 넘치는 것을 취재진이 확인했다. 실제로 방문자 수가 지난해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IFF는 25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올해는 BIFF가 영화인의 전유물을 넘어 여러 문화 장르가 교류하는 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사다난한 시작은 물론 BIFF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방향 중 하나까지 경험했다는 점에서 취재의 여운은 오래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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