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소, 부적절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씨 접대 진술 및 부실 수사 의혹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신문과 취재 기자, 보도에 관여한 사람들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겨레는 앞서 11일 윤 총장이 윤씨의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한겨레 고소와 관련한 질의에 “취재 과정을 다 밝히고, 명예훼손이 된 것에 대해 지면에 사과하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 재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보도 직후 윤 총장이 “그 정도로 대충 살지는 않았다”고 격노했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당장 고소를 취하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한겨레 보도는 그 취지와 상관없이, ‘조국 사태’로 비하된 정치적 찬반 논쟁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나온터라 오해를 살 여지도 없지 않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별다른 윤리ㆍ도덕적 흠결이 지적되지 않았던 윤 총장 개인으로서도 한겨레 보도 내용에 즉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의 고소는 성급했고 부적절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윤 총장의 고소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혹은 알 권리와 타인의 명예나 권리는 우리 헌법이 모두 보호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다. 물론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가 어떤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직자가 제기하는 명예훼손에서 언론사의 책임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어도, 그 보도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하여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고 해서 공직자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돼서는 권력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권력자들은 비판하는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남용해 왔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칼럼으로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우파 청년단체의 고발로 진행된 수사였으나 후일 국정농단 수사 당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청와대가 이 고소ㆍ고발 과정에 개입한 증거가 포착되기도 했다. 법원은 물론 “소문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도 언론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가토 지국장의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검찰총장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사를 고소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명하복’조직 문화를 가진 검찰이 조직 수장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를 한다면 ‘하명 수사’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묵인할 수 없는 명예훼손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방안도 있고,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진실을 다투어 보는 방법도 있다. 비판보도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고위 공직자가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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