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떨어져서 봐야 할 국가, 북한

[언론 다시보기] 양동훈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양동훈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아주 가벼운 사고인데도 어머니는 깜짝 놀라 사고현장까지 울며 달려왔다. 가까운 것이 먼 것보다 크게 보이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한국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는 수많은 국민이 분노하지만,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대형 살상극에는 무덤덤하다. 문제는 이 거리감의 본성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린다는 데 있다.  


우리는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민반응한다.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 생각해 가깝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언론은 북한의 모든 행동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 아무리 남북의 평화와 비핵화, 경제협력이 중요하다 해도 때로는 너무 지나치다. 북한을 너무 악마화하거나 선의로 해석하려 든다. 내 자식이 남보다 가까이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나, 언론이 북한을 그렇게 대해서는 곤란하다. 언론이 북한을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니 대북정책도, 시민의 대북관도 혼란을 겪는다.


북한은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과는 별개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UN 가입국이며, 161개국과 수교했다. 국제적 시각에서 북한을 냉철하게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지키스탄과 시리아 등의 독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김 위원장이 유일무이한 독재자라는 건 우리의 착각이다. 세계에는 북한 못지않은 학살과 숙청, 민주주의 억압을 자행하는 나라가 많다.


북한을 다루는 데 특별한 방법은 필요 없다. 중국이나 터키를 다루는 것처럼 하면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영구집권을 노리는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잠깐 언급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했을 때도 에르도안의 독재를 굳이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터키를 우리와 분리해서 보기 때문이다.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북한인데 더 상세히 보도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과민반응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북한은 올 5월 이후 12번이나 발사체를 쐈다. 그때마다 우리 언론 대부분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작 정의용 안보실장은 “(우리가)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미 북한 GDP보다도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며 엄청나게 많은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북한도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국가이니 국방력을 증진할 자유는 있다.


우리 언론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이야기한다. ‘비정상국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언론부터 그들을 정상국가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괜한 호들갑도, 지나친 비난도 좋은 보도 태도는 아니다. 차분한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면 된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 우리 언론이 ‘예비언론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요? 이 칼럼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이 번갈아가며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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