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영화 '삽질' 연출한 김병기 오마이뉴스 기자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4대강 문제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묻자 김병기<사진>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 삽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위기의식이 작동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기자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10년 전, 22조2000억원을 들인 일회성 사업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4대강은 지금도 유지·보수라는 이름으로 매년 5000억원에서 1조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현재 진행형 문제다. 김 기자는 “세금이 강을 맑게 하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며 “삽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절박함이 영화제작의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김 기자가 연출을 맡은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이 오는 14일 개봉한다. 삽질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수작으로, 지난 12년간 오마이뉴스 상근기자와 시민기자들이 쓴 4대강 관련 기사 몇 천건을 쏟아 부어 만든 영화다. 김 기자는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1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 사업을 검증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매년 시민기자들과 함께 현장 탐사보도를 하고 일본, 미국, 독일 등 해외취재도 다녔다. 그러다 ‘공범자들’이나 ‘재심’ 같은 저널리즘 영화들이 흥행하는 걸 보면서 펜보다 영화가 더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 영화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영상을 기록했지만 2017년 11월 영화 제작을 결심한 이후엔 4대강 부역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전직 국토해양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등을 일일이 찾아 그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댔고 아직도 4대강 사업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기자는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었다”며 “분명 거짓말로 부를 축적하고 승승장구한 사람들인데 아직도 부인하고 화내고 도망치곤 했다. 영화에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몇 초 안되는 씬이었지만 그들을 추적하는 과정도 보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급 한 푼 안 받고 헌신적으로 일하며 4대강 문제를 고발한 김종술, 정수근, 이철재 시민기자와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저항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이 실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불법과 비리, 속임수가 있었는지, 어떤 국가기관들이 이 사업을 위해 동원됐는지 집요하게 추적했다. 김 기자는 “MB 정권의 폭정 속에서도 영혼을 잃지 않기 위해 부던히 애썼던 그 저항자들이 다 함께 만든 공동 작품이 이번 영화”라며 “그야말로 지난 12년간 4대강 사기극을 생생하게 기록한 총체적 결과물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김 기자는 “지난 2008년 당시 MB 정권의 검찰은 4대강을 반대한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한 뒤 그 내용을 짜깁기해 언론에 흘렸고, 두 단체는 재판도 받기 전에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혔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한 이유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이 영화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