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부가 만든 줄 알았던 '실검 기사'… 그마저도 외주였다

[국내 유수 매체들, 중소 매체·온라인 광고회사와 '어뷰징 납품 계약']
연예문화 온라인 기사 제공받아 CP사 '원청 제호' 달고 포털로
외주사는 계정 받아서 기사 바로 올려… 'PV 당 얼마' 식 계산
업계 "5곳과 동시 계약도… 조회수 경쟁 시킨 경제지도 있었다"

일부 언론사들이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대응 기사를 중소 인터넷 매체나 온라인 광고업체 등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소속 기자들이 쓴 기사도 모자라 아예 외주를 통해 실검 대응 기사를 납품받는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12일 기자협회보 취재결과 이 같은 방식은 일부 신문사에서 확인된다. 외부 업체와 콘텐츠 계약을 맺어 연예문화 부문 등 온라인 기사를 제공받고 ‘원청’의 브랜드를 건 채 포털에 송고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신문사 A기자는 “일종의 아웃소싱 개념”이라며 “연예부가 따로 없어 한정된 편집국 인력으로 연예나 온라인이슈를 커버하기 어렵지만, 연예 기사 트래픽을 포기할 수는 없어 여러 고민의 결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언론사들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면 기사가 나오지 않는 시간은 물론 휴일에도 기사출고가 가능해지고 인력·조직운영에 따른 고정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경영 합리화’ 일환이기도 하다. 더불어 외주 기사로 늘어난 콘텐츠 양은 언론사 사이트 트래픽 상승 요인도 될 수 있다.


신문사 디지털 담당 B기자는 “계약직 온라인 기자보다 업체가 확실히 비용이 덜 든다. 계약직 기자를 채용하면 4대 보험을 들어야 하고 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든다. 조회수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줘야할 수도 있다”면서 “규모가 큰 언론사들은 자회사나 연예매체를 만들어 실검 기사를 쓰지만, 여력이 안 되는 곳이 업체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내놓는 기사는 포털과 콘텐츠 제휴(CP) 계약을 맺은 매체 등의 브랜드를 입은 채 포털로 유통된다. 실시간 온라인대응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사전 관리나 데스킹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B기자는 “데스킹이나 관리가 없다보니 업체가 광고 기사로 장난을 칠 때가 많았다. 실검 기사를 쓰기로 계약을 맺은 업체가 클라이언트들을 두고 허락 없이 광고 기사를 쓰면서 수익을 따로 챙겨 계약을 끊은 바 있다”며 “회사로선 포털 뉴스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에 걸려 벌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업체들이 주로 성형외과, 건강식품 등의 광고 기사를 썼는데 회사 평판을 떨어뜨리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통상 외주업체는 언론사로부터 몇 개 계정을 받아 기사를 바로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단, 이들이 쓴 기사는 하나의 바이라인으로 출고된다. 이 계정을 통해 나온 PV를 계산해 당초 ‘PV 당 얼마’ 씩의 계약에 따라 비용이 지불되는 구조다. 기사 외주 사업을 했던 한 온라인매체 C대표는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등 5곳과 동시에 계약을 맺기도 했다. 24시간 대응을 해야 해 한 언론사 아이디를 직원 여러명이 같이 썼다”며 “한 경제지는 여러 외주 업체와 계약해 기사 조회수 경쟁을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주 업체 상당수는 언론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사 아닌 회사가 언론사에 납품한 기사가 언론사 브랜드를 달고 출고되는 것이다. C대표는 “최근에는 온라인 마케팅회사에서 기사 외주를 많이 한다”며 “이제는 업체가 먼저 언론사에 비용을 내고 기사 송출로 발생한 수익을 업체에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고 했다.


외주 인력이 기사를 써도 독자들은 해당 언론사의 기사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언론사들의 무분별한 디지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제3자 기사 전송’ 등에 대한 제평위 규정의 허점 역시 거론된다. 현 규정에선 위반이 되려면 기사를 실제 써서 보내는 곳이 언론사여야 하는데, 매체로 등록되지 않았을 땐 처벌이 어렵다. 경제지 D기자는 “연예매체를 하나 만들고 등록을 안 한 채로 기사를 보내면 언론사가 아니니 우회전송이 아닌 게 된다. (원청이라 할) 매체가 ‘내부 부서고, 우리 팀이다’라고 하면 포털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가 디지틀조선일보 소속 부서였던 연예매체 기사를 자회사 분사 후에도 조선일보 이름으로 전송하며 제평위로부터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 등 제재를 받은 사례는 분사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란 의미다. 다만 외주 기사는 바이라인이 대부분 명시되기에 제평위 입장에선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제평위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사 외주까지 주는 현 언론사의 포털 어뷰징이 저널리즘 윤리에 충실하다고 보긴 어렵다.


일간지 온라인뉴스 담당 E기자는 “온라인 뉴스 모니터링을 하며 특정 기간, 특정 검색어에 유독 같은 언론사들이 똑같은 내용과 비슷한 제목 기사를 내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매번 같은 언론사들이 엮여 동시다발적으로 기사를 낸다는 건 같은 외주 업체를 쓴다는 방증”이라며 “일반 독자들은 외주 업체가 쓴 기사도 언론사 기사로 보는데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제평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은·최승영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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