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북정책 평가와 과제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북한학 박사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2019년 대북 정책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2018년에 긍정적인 사태 변화가 쏟아졌었기 때문에 실망감은 더욱 크다. 그렇지만, 실망감에 위축되기보다는 사태 악화 원인과 대응책을 규명하는 노력에 나서야할 것이다. 필자는 1년 전 대북 정책을 가상의 “철인 7종 경기”로 비유해서 평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문제 진단과 처방을 탐색해본다.


첫째, 남북 관계 관리. 문재인 정부는 2월 말 하노이 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실망과 좌절, 분노로 촉발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남북 간 신뢰는 깨졌고, 북측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대가리’라면서 욕설을 퍼붓고 있다. 남북 관계 관리 점수는 65점이다. 둘째, 한미 동맹 관리. 하노이 회담에 앞서 ‘영변 폐기 방안’에 대해 미국 협력을 받지 못하면서 무능이 노출됐다.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으로 미국을 자극한 것은 황당한 실책이다. 한미 동맹 관리 점수도 65점.


셋째, 한중 관계 관리. 올해 들어 한중 간 소통이 긴밀하게 이뤄졌다는 표시는 보이지 않았다. 중국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70점. 넷째, 일본은 한반도 평화 외교에서 방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 외교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는 강제 징용 문제, 정보보호협정 문제 등으로 일본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55점으로 낙제다. 다섯째,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막다른 골목을 만났을 때 해결사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날을 대비해 러시아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 70점이다.


여섯째, 초당적 협력. 한국 외교는 남북 대결과 북미 대결로 인한 모순 구조 때문에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내 정치에서 굴욕으로 몰리기 때문에 정부는 초당적 협력 체제를 통해 굴욕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초당적 협력보다는 정책 성과를 내서 야당을 압도하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노출된다. 점수는 60점이다. 일곱째, 참모 관리. 한국 외교는 구조적 모순 특성이 강해서 한국 대통령은 거국적 정책 자문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소수 참모에 의존하고 있고, 측근 참모들은 낯 뜨거운 투쟁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참모 관리 점수는 65점이다.  


1년 전 점수는 총점 515점에 평균 74점으로 준수한 편이었다. 올해는 총점 450점에 평균 64점으로 낙제 점수에 근접했다. 점수가 추락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이라는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공조나 북한과의 소통 부족 등 역량 부족이 있었고, 그 배경에 독선과 독단, 독주하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새해에 외교 점수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려면 대북 정책 분야에서 당파성이나 편협성을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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